[이동복 인터뷰-2] 한국정부, 유화정책 재검토 필요

6자회담에 여섯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국들이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를 짚어봐야 한다. 먼저 미국을 보자. 미국 행정부와 정책 커뮤니티는 현재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헤어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라크 문제에서 나오지 못하면 제2의 전선을 확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유엔안보리로 이 문제를 가져가서 외교적 설득과 제재, 제제가 안될 때는 물리력을 동원하는 통상적인 분쟁해결방식을 가져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라크 국면에서 퇴출이 필요하다. 미국은 그때까지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핵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중국에 대한 발언권이 높아지고 대만, 일본, 한국의 연쇄적인 핵무장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실제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핵이 아직 위험한 수준이 아니며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중국은 현재 6자회담이라는 외교공간이 매우 유익하다고 보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초로 중국은 6자회담에서 회담의 주역이 됐다. 현재 외교적 주도권은 중국 입장에서 포기하기 힘들다. 핵문제 해결 자체보다도 6자회담을 유지하는 것이 외교적 인센티브가 있다. 중국은 북한을 내세워 미국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적 자산이다. 중국은 6자회담을 파기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러시아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과거의 강대국이 아니다. 자존능력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6자회담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당사자의 한 명으로 대접 받는 것을 즐기고 있다.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 질서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라는 예민한 지역에서 ‘대주주’의 하나로 대접 받는 것을 지속시켜 가는 것이 좋다.

일본은 미국의 유일한 맹방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미-북과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대내적으로 필요한 보수성향의 정치지지기반을 묶어두는데 활용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핵문제 해결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대부분 국가 이미지관리나 외교력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6자회담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정부, 지배세력 교체 위해 대북관계 이용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미-중이 김정일 정권교체 등 모종의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는가

중국의 입장에서 현재 북한 김정일 정권이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나와있다. 한-중-미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포럼에서 이러한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예컨데, 북한이 핵 보유를 공식 선언하고 미국이 강경한 대응을 시작했을 경우, 동아시아의 관련국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각국의 입장을 말하는 자리였다. 중국측 참가자들은 “한번 정도는 외교적 노력을 할 것이지만, 그래도 안되면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제재에 동참할 때는 압록강과 두만강변에 인민해방군을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지역정세의 안정을 제일 중요시 한다. 중국은 북한을 안보 완충지대로 보는 시각을 중시한다. 김정일 정권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면 중국은 김정일을 버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버리고 새로운 정권을 받아들일 태세가 되면 모든 나라들이 중국과 국제적 딜(Deal)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화가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의 북핵외교가 완전한 실패작으로 판명됐는데, 실패의 근본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대중 정부 시절 때는 대북정책을 노벨평화상과 결부시켰다. 결국 노벨상을 위해 남북관계가 진행된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가장 머리 꼭대기에 있는 관심사는 2002년 대선에서 시작된 판 뒤업기를 2007년에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세우고 대북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것은 대북정책 성패 차원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해서 ‘북핵불용’ 발언을 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북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이 나와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핵불용’의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보유나 사용 목적이 아니라 협상카드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흥정용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상을 제공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평가에 기초해서 대북정책을 이끌어가고 있다.

북한이 흥정을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생각이다. 이미 검증된 북한의 언행을 봐서는 전혀 그러한 희망적 낙관론을 가질 수 없다. 북핵문제가 이 상태로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북핵문제가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어갔을 때를 대비한 복안과 수단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을 때 ‘용납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무의미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북핵문제 해결위해 김정일정권 교체문제도 검토해야

-현 정부가 과연 북핵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갈 만한 위기관리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과도 괴리되고, 북한과도 괴리된 상태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축구공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현재 한국 정부는 표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에 불과하게 됐다. 현 정부는 주변국 사이에서 말을 전하는 역할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모난 부분을 다듬어서 말을 전하는 역할 뿐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현 정부에 북핵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먼저 ‘북핵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검증이 필요하다. 이 검증을 토대로 국민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를 시도해야 한다. 여기서 모아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문제해결에 접근해가야 한다.

북핵의 성격에 관해서는 근원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과연 북핵문제가 협상과 외교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검증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만약, 이 문제가 북한정권문제와 결부된 것이라면 정권문제를 포함해서 북핵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와 태도를 버려서는 안된다.

전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러나 전쟁이 아닌 방법으로도 정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가 옵션(수단)으로 배제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북한 정권교체문제를 검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공개 토론 차원에서 제기해야 한다.

-국민들이 북핵문제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국민들이 꼭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2000년 김대중 평양방문 이후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북정책과 1930년대 체임벌린(A.N.Chamberlain) 영국 수상이 히틀러에게 취했던 유화정책의 공통성과 차이성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체임벌린은 1938년 9월 뮌헨에서 프랑스 이태리 대표와 함께 히틀러를 만나 그의 요구대로 체코슬로바키아 주데텐 지방을 독일에게 준다는 뮌헨협정을 성립시켰다. 체임벌린이 런던 공항에 도착해서 ‘우리시대 평화를 가지고 왔다’고 자화자찬을 했지만 그 이듬해 나치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다. 2000년 이후 남한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과 지금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역사의 교훈을 세겨야 한다. 북핵문제에 관해서 ‘민족공조’라는 논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된다.

인터뷰/ 손광주 편집국장
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