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50원 어치라도 좋아졌느냐”

1960, 70년대 민주화 투사로 조선일보 주필을 지낸 한국의 대표적 논객 류근일 씨가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는 친북반미 진영과 정부를 대상으로 매서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북한인권국제대회’ 첫날 행사인 ‘북한인권운동 보고회’에 참석한 류근일 씨는 ‘북한인권회피논리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친북반미 운동권 진영이 북한인권운동을 회피하면서 내세우는 논리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류 씨는 먼저 “과거 7,80년대에는 북한인권에 대해 얘기하면 정보가 없으니까 알지 못한다는 모르쇠 논리로 일관했었지만, 지금은 탈북자 7천명 시대로 그들이 한꺼번에 말을 맞춰 거짓말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가 없어 북한인권문제를 모른다는 주장은 결국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가 설령 있다하더라도 북한 내부 특수 상황일 뿐이지 서구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두 번째 궤변”이라며 이것이 ‘송두율’ 류의 내재적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 회피 논리에 조목조목 비판

그는 “만약 그런 논리라면 2차대전 나치의 학살도 독일의 일이니까 얘기를 안했어야 옳은 것이냐, 스탈린의 굴락(수용소)에서 정치범들이 신음할 때 서방진영이 한 마디도 안 했어야 옳다는 얘기냐,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의 군사독재 하에서 고문 받고 핍박당하는 민주운동가들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정희가 ‘한국은 나름의 특수 사정 때문에 한국식 민주주의를 해야지 미국식 잣대로 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인권보다 국권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그 논리에 저항했던 과거 민주운동가들이 이제는 그 논리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과거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그는 “그런 거추장스런 논리를 걷어치우고 차라리 ‘김정일 인권탄압 지지한다’고 말하라”며 “어설프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쓸데없는 말싸움은 하지 말자”고 일갈했다.

류 전 주필은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전두환 정권 때 북한의 관영 매체는 손에 인민의 피를 묻힌 전두환과 협상이나 타협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주장했다”며 “왜 우리는 그런 당당함도 없이 할 소리를 한마디도 못하는 것이냐”고 분개했다.

그는 비전향장기수들은 다 보내놓고 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 돌려달라고 말하지 못하고, 공개총살 장면이 공개됐음에도 이에 대해 떳떳이 묻지 않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우리는 북한 주민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권보다 평화를 앞세워야 한다는 회피 논리에 대해 류 전 주필은 “독재자의 학살과 인권유린을 묵인해주고 덮어주는 평화가 무슨 평화고, 외교가 될 수 있겠냐”며 “그렇게 해서 과연 우리가 평화를 얻었냐”고 반문했다.

또한 “김정일 정권을 적극 도와줘 경제가 나아지는 것이 인권신장의 길이라며 지금 (북한인권문제를) 떠들면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그렇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5억불을 보냈지만, 그 대가로 인권이 50원 어치라도 좋아지기라도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반북(反北)이 아니고, 북한 주민의 행복 추구권을 가로막는 김정일을 반대하는 것이며 북한 주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유럽 지식인들이 과거 유신독재 비판할 때 그것을 반한(反韓)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류 씨는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에서는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거론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인권문제에 있어 우리문제, 남의 문제가 나뉠 수 있냐”며 “외교부나 통일부는 몰라도 적어도 인권부서에만큼은 이러지 말자”고 촉구했다.

※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리는 8~10일 DailyNK는 인터넷을 통해 행사를 현장 중계합니다. 국제대회의 진행상황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 특별취재팀 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