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운동, 한국사회 각계에 확산중”

‘북한인권국제대회’ 첫날 행사인 <북한인권운동 보고회>에서 DailyNK 손광주 편집국장은 ‘한국의 북한인권운동확산’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손 국장은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학교에 늦게 도착한 ‘지각생’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한국에서 북한인권운동에 뒤늦게 태동한 이유를 “막연한 민족지상주의, 막연한 통일지상주의에 사로잡혀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몇년간 “북한인권운동이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대학, 정당, 학계, 법조계에서 북한인권이 전개되고 있는 구체적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 다음은 주제발표문 전문

한국의 북한인권운동 확산

지금 한국에서는 북한인권운동이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국제인권운동가들이 펼쳐온 북한인권운동은 한국에서도 종교계로, 대학으로, 문화예술계로, 정치계로,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역사가 길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땅에서 참혹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정부와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또 일부 시민단체들이 북한의 인권실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정부가 북한 땅에 살고 있는 모든 개개인들을 ‘인권의 주인’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이제 1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인권단체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춰보면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학교에 늦게 도착한 ‘지각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중요한 변화가 있었고, 아울러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사회는 막연한 민족지상주의, 막연한 통일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민족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북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은 인권의 주체로, 똑같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혜자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듯, 민족주의를 넘어 열린 세계주의의 눈길로 북한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은 이러한 변화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서 매우 중대한 인식의 전환입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이제 인권의 세계화, 세계의 민주화로 가는 큰 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지각생이 미안한 마음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듯이, 이제 불붙기 시작한 북한인권운동은 빠른 속도로 한국사회에 퍼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크게 네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첫째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목표로 하되, 비정치적 접근을 중시하는 경우입니다.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보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국내외 여론을 형성하고 대북지원 활동도 진행해 왔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인권 개선활동과 동시에 김정일 독재체제의 변혁을 중시하는 방향입니다. 북한인권은 체제 자체에서 기인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체제변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인권개선은 어렵다는 관점 하에서 실천을 중시합니다.

세 번째는 탈북자 실태를 알리고 탈북자를 구출하는 사업이 진행돼 왔습니다.

네 번째는 납북자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왔습니다.

지난 10년간 활동해온 주요단체들을 살펴보면 96년 발족한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시작으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탈북자 동지회를 비롯한 많은 탈북인사단체들,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민주화학생연대, 납북자가족모임과 납북자가족협의회,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 피랍탈북인권연대, 북한민주화포럼.. 그 이름을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북한인권단체들이 지난 10년간 북한인권운동을 불지펴왔습니다.

또한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단체의 노력은 수많은 해외 탈북자들의 실태를 알리고 그들을 죽음의 땅에서 구출했습니다. 이들의 숨은 노력은 지금 북한주민들 속에서도 퍼져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희생도 있었습니다. 중국의 탈북자들을 구출하려다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순교자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의 차가운 감옥에서 모든 고생을 감수하는 성직자와 인권운동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에 힘입어 오늘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더욱 큰 생명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들의 활동에 힘입어 북한인권운동은 이제 한국사회의 각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 먼저 북한인권운동이 대학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서울과 각 지역의 30여개 대학에서 본격적인 북한인권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학생운동이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듯이, 대학에서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인권운동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또 한국의 제1 야당을 중심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될 때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 학계에서는 한국현대사 60년을 재조명하고 북한사회를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뉴라이트 운동으로 확대되면서 한국사회의 새로운 진보운동으로 등장했습니다.

○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법조계에서도 북한인권소위원회가 설치되고, 북한인권백서 발간 등 관련 사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 이외에도 문화예술계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소재로 뮤지컬, 영화, 음악을 제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은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뿐 아니라, 한국사회와 한반도 전체의 진로를 제시하는 중요한 촉발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이 새로운 이념운동, 새로운 사회진보 운동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인권운동은 북한 전역에 인권과 민주화가 완전히 실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며, 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정착,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의 세계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리는 8~10일 DailyNK는 인터넷을 통해 행사를 현장 중계합니다. 국제대회의 진행상황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 특별취재팀 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