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엔 낙석 사망사고 꼭 발생하지만 北당국은 ‘나몰라라’

여름 장마가 본격 시작됐다. ‘대비, 건강, 습기, 빨래, 안전, 곰팡이’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장마철’이라고 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들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장마철은 대부분 건강과 가정환경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장마란 무엇일까?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용어는 ‘물 전투’와 ‘인민반 동원’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전당, 전민이 다시 한 번 총동원 앞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모든 농촌들에서는 ‘가물(가뭄)뒤끝은 있어서도 큰물뒤끝은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강하천과 물길바닥 파내기, 배수양수기와 배수문 보수정비를 힘 있게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마철 대비에 전문 인력 투입이나 국가적 대책은 미비하고 주민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장마 대비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는다.

그 중에서도 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장사꾼들의 피해가 제일 크다. 장마철에는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다 보니 식료품을 판매하는 장사꾼들의 걱정은 늘어난다. 또한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인해 보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보니 식료품은 빨리 상하기 십상이다.

더불어 상·하수도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비가 오면 오물들이 떠올라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장마철 단골손님으로 불리는 대장염, 장티푸스, 콜레라 등 세균성 질병에도 많이 걸린다고 한다.

함경북도 무산출신 김별(가명) 씨는 27일 데일리NK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어도 단수(斷水)가 자주 되기 때문에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장마철에는 꼭 이런 재래식 화장실이 넘쳐 온 마당이 오염물로 그득했다. 밖에 나갈 때 꼭 장화를 신었지만 오염물이 여기저기 묻어 고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민들은 장마철이 되면 건강관리와 생계유지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보다는 동원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 전소연 씨는 “장마철에는 7, 8세 어린아이부터 70, 80대 노인까지 강하천 제방 공사와 도랑을 파내는 노동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전 씨는 이어 “북한 보도에서 날씨를 알려주면 그 상황에 맞게 대처를 반드시 해야 한다”며 “만약 전날 다음날 비가 내린다고 하면 늦은 밤에도 상관없이 (당국은) 사람들은 불러내 동네 물도랑을 파게 하는 건 기본이고 강하천에 제방 공사장에도 불러내기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에 나무가 있다면 산사태가 잘 일어나지 않을텐데, 이미 장작으로 쓰거나 소토지 개간으로 나무가 없어 장마철만 되면 집체만한 바위들이 가정집을 삼켜 가족이 모두 사망하는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은 여기에 대한 대비책부터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씨는 또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면 도둑들이 문이나 창문, 지붕을 뜯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도둑들이 살 판 나는 시기”라면서 “비 오는 어느 날 옷이 들어 있는 300kg 자루 하나를 몽땅 도둑맞았지만, 위(당국)에서는 별다른 예방책조차 알려주지 않았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