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언급, 오히려 핵포기 불가 도전적 표현”



▲ 김정은이 6일 개최된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캡쳐

북한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통해 처음으로 “세계 비핵화”를 밝힌 것은 오히려 “핵포기 불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기본 핵보유국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인지한 진정성이 없는 수사(修辭)적 언급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지난 6, 7일 이틀에 걸쳐 열린 사업총화보고에서 “공화국(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면서 “핵전파 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 등이 8일 전했다.

이어 김정은은 “우리 당의 새로운 (핵-경제) 병진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정당성과 함께 핵무기 지속 개발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셈이다. 

정영태 북한미래포럼 대표는 데일리NK에 “북한에서 말하는 ‘비핵화’는 ‘외세가 한반도에 핵을 가지고 위협하는 모든 상황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때문에 김정은 발언의 의도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북한이 그동안 언급했던 ‘한반도의 비핵화’에서 더 나아가 ‘세계의 비핵화’까지 언급한 것은 도전적인 측면이 더 강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면서 “쉽게 말해서 세계의 핵이 없어지면 자신들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세계의 비핵화’ 언급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의 발언은 미국에게 ‘(우리의) 비핵화를 원하면, 미국 너희들도 비핵화 해라’는 것과 같다”면서 “결국 ‘비핵화’의 전제 조건을 더욱 높임으로써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남북 관계 개선 의지 표명…전문가 “새로울 것 없어, 진정성 의심”

북한 김정은은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게 돌렸다. 김정은은 사업총화보고에서 “현 시기 절박하게 나서는 문제는 북남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남조선(한국) 당국은 동족대결관념을 버리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서로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관적으로 주장해 왔던 “자주통일” “고려연방제” “우리민족끼리”를 언급하면서도 “(미국은) 반(反)공화국 제재압살책동을 중지하고 남조선 당국을 동족대결에로 부추기지 말아야 하며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적극적인 평화 공세로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로, 향후 핵 보유국을 주장하면서 ‘평화협정’ ‘제도 통일 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에 주장했던 것을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 발언 의도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서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특별히 입장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언급은 모두 ‘외세가 없는 한반도’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기존에 해왔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제시…전문가 “비핵화 전제 안 되면 경제 악화될 것”

김정은은 또 총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면서 경제분야 관련 거시적 차원의 자신의 구상을 언급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6차 당대회 때 김일성이 제시한 ‘사회주의건설 10대 전망 목표’ 관련 지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세부 내용을 공개한다면)구체성이 결여된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면서 “5개년 전략의 목표는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해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 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면서 북한 경제의 현실은 진단하기도 했다.

고명현 연구위원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파악할 수 없지만) 가능한 계획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경제원조에 대한 전제로 ‘비핵화’를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연구위원은 “이번에 김정은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을 높여버렸기 때문에, 향후 북한과 주변국들 간 입장 차이는 커질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대결국면이 더 전개될 수 있겠고, 경제 정책이 어떤 것이 됐든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