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서 인민愛 부각해 ‘공포정치’ 물타기”

북한 김정은이 1일 육성으로 발표한 2016년 신년사를 통해 ‘핵 억지력 과시’ 등 외부 위협보다는 과학기술 발전과 전력, 석탄 문제 해결 등 경제강국건설을 주되게 내세웠다. 올해 5월 개최 예정인 제7차 당(黨) 대회를 앞두고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경제강국건설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신년사에선 무리한 속도전으로 누수(漏水)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백두산청년영웅발전소와 미래 과학자 거리 등 건설 분야를 김정은의 첫 치적 사업으로 내세웠다. 이는 경제강국건설의 기본이 되는 과학기술 발전과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이 관련 사업을 벌였다는 것을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해 ‘병진노선’을 두 차례 언급해 ‘핵 억지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과는 달리 이번 신년사에서는 ‘핵’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올 5월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박한 상황에서 위협 발언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어 농산, 축산, 수산을 중심으로 하는 인민생활 향상 부분을 언급, 지난해 정책 비중이 약화된 경제분야에 대한 비중을 늘려 친(親)인민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또한 이번 신년사는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 “선군시대의 청년돌격정신” “당의 믿음을 깊이 간진하고 청년영웅이 되자”는 점을 내세웠다. 자신의 후비대를 직접 챙기면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지난해와 같이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했다. 통일문제는 ‘제도통일 반대’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을 언급했고, 남북관계는 “우리는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는 지난해 “제도 모독하는 불순청탁 그만해야”를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의 통일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향후 대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관계경색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 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내세워야 할 김정은의 조급함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공포 통치를 통한 체제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에 따라 경제분야를 내세웠지만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종합적으로 볼 때 성과를 강조하는 점이 미약하고 (주변국의 눈치로) 강력한 도발 메시지도 없는 등 평이한 수준이다”면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집권 4년 동안의 성과를 내세웠어야 했지만,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이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그동안 신년사에서 자주 언급됐던 ‘당의 두리에 뭉쳐’ ‘유일적 영도’ 등 사상적인 부분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핵심 간부 처형 등 공포정치에 따른 체제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이 엿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경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내걸었지만 (농업이 아닌) 중공업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민심을 확보할 만한 것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군사 분야에서 중국이나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점이 눈에 보인다”면서 “하지만 남북 관계에서는 8·25 합의 등 관계 개선을 언급하고 있지만 남측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는 등 이전과 별로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향후 당 사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7차 당 대회 때문인지 눈에 띄는 비전 제시도 미흡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인민, 애민적인 뉘앙스가 많이 보이는 등 부드러운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체계 안정화에 힘쓰겠다는 점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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