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시에 마약중독자 수만명”

▲북한에서 유통되는 마약 ‘아이스’ (4월 촬영)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 마약중독자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8월 초 내각 지시로 ‘마약소탕 그루빠’가 조직되어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17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과거에도 북한은 상(商)행위자, 무직자, 성매매, 꽃제비 등을 집중단속하기 위해 ‘6.24 상무’ ‘9.27 상무’ 등 김정일이 지시를 내린 날짜를 따서 이른바 ‘비(非)사회주의 그루빠’를 조직, 운영해왔다. 그러나 마약소탕을 주 목적으로 하는 그루빠를 결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루빠는 ‘그룹(group)’의 러시아어 표현으로 일종의 태스크 포스팀을 가리키는 말.

평양, 신의주, 함흥에 ‘마약소탕그루빠’ 우선 파견

신의주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과 무역을 하는 화교 H씨에 따르면 “‘마약소탕그루빠’는 일단 마약문제가 심각한 평양, 신의주, 함흥 등 3개 대도시에 파견되었다”고 한다.

“평양은 고위층과 부유층 등 양질의 마약 소비자가 많고, 신의주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마약유입이 쉬운 지역이며, 함흥은 함경도 지역 마약유통의 거점이 되고 있어 우선 단속대상이 되었다”고 H씨는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인 신의주 주민 K에 따르면 각 도시에 파견된 ‘마약소탕그루빠’는 50명 가량인데, 예전의 다른 그루빠와 마찬가지로 인민보안성 감찰과 요원과 검찰소 검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과거에 마약 전과자였다가 이제는 협조자로 변신한 사람들도 끼어있다고 한다. 다음은 K씨와의 전화통화 내용.

– 북한에 마약 중독자가 그렇게 않은가?

“신의주에만 1,000~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위층과 부유층이 많고 마약유통의 시발점이 되는 인구 200만의 도시 평양은 훨씬 중독자가 많을 것이다. 수만 명은 족히 중독되어 있다고 본다.”

– 어떤 마약이 유통되며 가격은 얼마인가?

“보통 얼음이라고 부르는데, 아이스, 총탄, 덴다, 도리도리 등 종류가 다양하다. 나는 ‘총탄’만 몇 번 먹어봤는데 1알에 1.2 달러였다. 아이스는 그보다 3~5배, 많게는 10배 이상 비싸고, 도리도리는 5달러 정도 한다. 덴다는 도리도리 보다 싸다.”

북한에 유통되는 마약은 대개 필로폰(Philopon, 히로뽕) 계열로서, 하얀 알갱이 때문에 주민들은 ‘얼음’이라는 은어로 부른다.

적발되면 교화소행….. 부패고리 심해 소탕 쉽지 않을 듯

중국에서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암페타민 계열의 각성제를 수입, 이것을 정제하여 필로폰으로 제조, 해외에 역수출되는 것이 북한의 마약유통 경로인데, 정제되지 않은 알약 상태의 각성제는 ‘총탄’, 가루로 정제되어 효과가 더욱 뛰어난 필로폰은 ‘아이스’라는 은어(隱語)로 북한에서 불리고 있다.

‘도리도리’는 남한에서도 역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각성제 ‘엑스터시(ecstasy)’로, K씨는 “화란(네덜란드)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덴다’는 중국산 엑스터시를 이르는 말로 추정된다.

– 마약을 이용하다 적발되는 사람도 있나?

“7월 29일에 신의주에서 공개 군중재판이 있었다. 피고인이 자그마치 65명이나 됐다. 죄목은 마약, CD유통, 인신매매 등이다. 그 중 30명이 신의주 출신이 아니라 평안남도 사람들이었는데, 아마 대부분 신의주로 마약을 구하러 들어왔다 잡힌 사람들일 것이다.”

– 어떤 처벌을 받았나?

“100% 교화소로 갔다. 원래 마약 범죄자는 깡판(강제노동단련대)로 보냈다가 구류장에 한 두간 동안 감금해서 마약을 끊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몇 년 형씩 불러서 무조건 교화소로 보냈다. 처벌이 더 강화된 것이다.”

– ‘마약소탕 그루빠’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 같나.

“일시적으로는 줄어들겠지만 고위층, 부유층이 많이 관련됐기 때문에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마약 외에는 쾌락을 즐길 만한 일이 특별히 없고, 부족한 의약품을 마약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 근절이 쉽지 않다. 대도시 소탕을 끝내면 지방도시까지 그루빠가 진출한다고 들었다.”

화교 H씨는 “마약소탕 그루빠가 활동을 개시한 이후 해관(海關, 세관을 이르는 말)에서 단속이 강화되었지만 북한에 부패가 워낙 심해 마약반입도 몇 돈푼만 쥐어주면 무사통과”라며 “부패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소탕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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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 kjh@dailynk.com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