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소유 인식의 변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에서 소유에 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영역은 개인들이 가지는 소비수단으로서의 소유에 관한 부분으로부터, 적극적 경제행위에 해당하는 생산수단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민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소유권
 
일반적으로 민법은 법률상 구분할 때 사법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인간의 재산관계와 가족관계를 다루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도 개개인의 소유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서술하는 내용의 민법체계를 세운 것은 1982년 12월 7일 발표된(1986년 1월 30일 정식규정으로 확정)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으로서 재산의 범위와 상속에 관하여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개인들에게 허용되는 소유와 상속의 범위를 서술한 북한의 민법에서는 지속적인 개정을 통하여 2007년에는 각 조문별 제목을 붙이고 체계화를 진행하였다.

북한 민법에서도 역시 재산관계와 가족관계를 명시하는 부분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유권의 개념과 종류, 발생원인, 보호 및 공동소유를 함께 명시하고, 나아가서 소유권 형태를 국가소유권, 협동단체소유권, 개인소유권 3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개인의 재산 및 가족관계를 서술하는 내용에 속하는 것은 개인소유권의 범위에 속한다.

민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의 소유영역은 ‘소비수단’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생산수단에 관한 개인의 소유는 제한되지만, 북한 내 제도권 안에서의 경제행위를 통한 경제적 부의 축적은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민법 제58조에서는 “개인소유는 로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 국가 및 사회의 추가적 혜택, 텃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 공민이 샀거나 상속·증여받은 재산, 그 밖의 법적근거에 의하여 생겨난 재산으로 이뤄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서 북한 민법 제59조에서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범위로 “살림집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종용품, 문화용품, 그 밖의 생활용품과 승용차 같은 기재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최근 시기 평양시에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비롯한 외산 차량이 늘었다는 일련의 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승용차와 같은 차량을 생활용품과 같은 기재로 해석한 북한 민법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상속제도

북한의 상속제도는 개개인의 공민이 가지는 개인소유의 재산에 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민법 제60조에서도 “개인소유권의 담당자는 개별적 공민이며 자기 소유재산을 사회주의적 생활규범과 소비적 목적에 맞게 자유로이 차지하거나 리용, 처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차이점으로는 ‘사회주의적 생활규범과 소비적 목적에 맞게’라는 문구가 삽입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북한 내 개인은 법적·제도적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획득한 개인 소유의 재산에 관한 양도 및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속제도 또한 일반적으로 따르는 법적상속과 유언상속을 동시에 명시하고 있다. 민법 제63조에서는 “국가는 개인소유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하며, 공민의 개인소유재산은 법에 따라 상속되며 공민은 유언에 의하여서도 그 밖의 공민 또는 기관, 기업소, 단체에 넘겨줄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사적 경제활동을 통한 소유인식의 변화

북한 주민들에게 공적인 권력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개인소유의 범위는, 제도권에서 인정하는 경제활동을 통한 재산에 국한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북한 내 제도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식경제 내에서 활동은 북한 주민들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우선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소유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부분은 1984년 합영법이 제정되면서, 재일교포들을 중심으로 북한 내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을 시작한 것으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이나 기업소는 생산수단이 명확하게 존재하므로 개인들이 그것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식당 등 서비스 업종은 생산수단을 통하지 않고 개인의 능력을 통한 경영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즉 이 시기부터 식당 등 서비스업종에 대한 개인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특히 재일교포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경계선에 있는 특수한 지위에서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개인들이 기관의 명의를 도용하여 식당 등 서비스업종에 진출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또 다른 흐름으로는 종합시장의 정례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북한 당국에서는 종합시장을 정례화하고, 시장 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개인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국가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즉 주민들의 시장 내 영리활동은 공적 지위를 부여받은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고, 나아가서 소속된 기업에 이중으로 미리 약속된 금액을 납부함으로써 공식경제 활동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또는 개인부업의 영역으로, 개인의 활동을 제도권 내에서의 활동으로 해석되어질 수도 있다. 
 
공식부문의 붕괴와 소유인식의 연관성

북한에서 공식부문은 국가계획위원회에 의하여 작성되어지고 하달되어지는 계획경제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경제 경직성의 문제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회주의 정치시스템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계획경제를 포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어진다. 즉 북한 내에서 공식부문으로 분류되는 계획 내 종사자는 많이 잡아도 전체의 절반을 넘지 못할 것이며, 그 마저도 계획의 경직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다수의 사람들은 배치된 기관·기업소들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경제행위를 하게 된다. 즉 비공식영역에서의 경제행위가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써, 차명을 이용한 생산수단의 개인소유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국가, 협동단체 소유의 기관·기업소들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해내지 못함에 따라 이를 차명으로 이용하는 개인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 소유인식 변화의 의미

북한 내에서 공식적으로 개인소유권은 소비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합법적 재산으로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 경제행위나 영리활동은 공식 경제에 종사하여도 충분한 생계유지가 가능한 자, 또는 정부가 공인한 시장에서의 활동을 허가받은 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생존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비공식 영역에서의 활동들은 생산수단들에 관한 민간 영역의 귀속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다수의 경제행위들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주민들을 처벌의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게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범위도 해당 기업소나 공장의 명의(상호), 상표, 공간을 빌리거나 사용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투자를 통한 채권, 또는 지분 확보라는 부분은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들에게 주로 허용된 부분으로 볼 수 있으나, 최근에는 주민의 유휴화폐자금을 빌려서 경영에 사용하는 것 역시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북한 내에서 공식적 범위를 벗어난 비공식적 사유화는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며, 현실에 맞게 북한 당국에서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뒤늦게 마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국 기업의 공식적 지분 확대와 개인 재산권 인정, 생산수단에 관한 차명의 개인소유가 진행되는 작금의 현실과, 마치 낙태를 한 여성에 대한 처벌을 하기 어려운 한국 제도적 경직성과 현실이 떠올려지게 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