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올림픽 유화공세에 反인도범죄 문제 가려지면 안돼”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회인권포럼 KAL 납북 부분송환 제48주년 토론회 모습. /사진=데일리NK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을 파견한 데 이어 고위급 대표단이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평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는 별개로 납북자 송환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AL납북 부분송환 제48주년 토론회(국회인권포럼·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TNKR 주관)에서 이정훈 연세대 교수(전 인권대사)는 “현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로 남북 해빙 무드에 가려져 그 누구도 북한의 반인도 범죄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KAL 납치가 송환을 위한 다방면적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1969년 12월 11일 승무원 4명과 승객 46명을 태우고 강릉을 떠나 김포로 향하던 대한항공 YS-11 여객기가 북한 간첩 1명에 의해 납치된 지 49년이 됐다. 북한은 1970년 2월 14일 승객 39명을 부분 송환했지만 아직도 11명은 북한에 피랍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등 국제적 근거에 따라 납북자 송환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기조 발제자로 참석한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는 한국 정부는 KAL납북자를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실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해도 북측의 생사확인 불가라는 통지서만 전달할 뿐 책임있는 후속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납북자 송환 요구 등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이 수반되는 조치는 일체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정권이 납치행위에 조직적으로 가담하였고 이로 인해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됐음을 확인한 바 있다”며 “북한 당국이 잘못을 인정하도록 압박하지 못한 것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KAL기 납치사건의 당사국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김 원장은 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 인권 침해를 강조하고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인권 유린 중단을 요구하고 KAL 납북자 송환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납북자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우리 정부와는 달리 북한에 납치된 자국민 10여명에 대한 송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사례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정훈 연세대 교수는 “유엔, 국제적십자가 등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정부의 의지와 행동”이라고 지적한 뒤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정부 산하에 두고 있는 일본의 예를 언급했다.

일본의 납치문제대책본부는 아베 총리를 본부장으로, 납치문제 담당대신, 내각관방장관 및 외무대신을 부본부장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국무대신을 구성원으로 하는 등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거대 정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이러한 체계적 조직을 정부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에 대해 종합적 대책을 추진하고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과 같은 북한의 유화 공세가 계속될 경우 납북자 문제와 같은 반인도 범죄 해결에 대한 노력이 상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석우 원장은 “북한이 핵문제와 반인도 범죄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북한의 유화 공세는 결국 체제 선전이 될 뿐”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유엔 권고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