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도로’ 눈치기 동원된 함경북도 청년들, 강추위에 동상 입어

북한의 청년학생들이 지난해 말 삼지연 혁명전적지를 답사에 나서고 있는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 캡처

눈이 많이 내린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도로 제설작업에 청년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동상 환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1월 초 고산지대인 국경연선에 무릎까지 찰 정도의 많은 눈이 내렸다”며 “그래서 1호 도로와 온성혁명전적지로 통하는 도로의 눈치기(제설)에 온성과 회령의 청년들이 집단적으로 동원됐다가 강추위에 동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가의 거리두기 규정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조직을 동원해 혁명전적지와 도로 제설작업을 진행했다.

실제 청년동맹 조직에서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언제 이 길로 오실지 모른다. 내일이라도 당장 1호 도로로 현지지도를 오실지 모르니 우리 청년들이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눈치기를 맡자’고 선동사업을 벌이면서 청년들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도로 제설작업은 사실상 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 겨울에 눈이 오면 도내 주민들이 모두 떨쳐 나곤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어쩔 수 없이 청년들만 동원되다 보니 청년들이 여느 때보다 더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1호 도로까지 나가려면 4시간 가량을 걸어 나가야 하고 돌아오는데도 4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청년동맹 조직의 대열 편성에 따라 새벽 4시에 열을 지어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나갔다가 날이 어두워서야 돌아오는 등 눈치기는 전투였고 간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설작업은 며칠간 진행됐는데, 생활이 어려운 청년들은 양말이나 겨울 신발이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추위에 고된 노동에 시달려 감기에 걸리거나 다리에 동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눈치기 현장에 쉴 장소도 없고 청년들이 몸을 녹일 형편도 안 돼 몸이 얼고 굳기에 십상인 조건이었다”면서 “그렇게 늦게까지 일해 거의 녹초가 돼 돌아온 청년들은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발에 동상을 입은 것을 알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동상을 입은 청년들은 현재 일도 나가지 못하고 고생하고 있으며, 특별히 치료를 받을 수도 없어 민간요법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