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장 폐기, 좋은 출발…’완전한 비핵화’ 길은 아직 멀어”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6차 핵실험까지, 지금껏 총 여섯 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한은 지난 24일 이곳을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폭파했다. 이를 두고서는 ‘비핵화를 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어떻게 분석·평가하고 있을까.

핵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데일리NK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장 폭파 행사와 관련, “앞으로는 더 이상 기술적인 진전을 하지 않겠다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좋은 출발”이라고 평했다.

아직 단 한 번의 핵실험도 진행되지 않은 3번과 4번 갱도의 경우에는 북한이 의지만 있다면 복구할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다 전문가들이 이번 행사를 참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비핵화 단계에서 볼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프로그램이 굉장히 복잡해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완전히 (비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래서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확실히 할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핵물질과 핵탄두를 반출하고 핵설비를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신뢰성 문제가 항상 남기 때문에 북한이 성실하게 신고를 해야하고, 미국 등 서방세계는 그것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 수단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24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북한에서는 ‘폐기’라고 발표했는데, 이것을 폐기라고 볼 수 있을까.

“종합적으로 보면 폐기가 맞다. 다만 3번과 4번 갱도의 경우에는 조금 미진한 점이 남는다.”

-어떤 부분이 미진하다는 건가.

“기폭실 안쪽을 폭파시킨 것이 아니고, 갱도만 폭파시켰다는 그런 의미다. 다시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번 갱도는 이미 핵실험을 하면서 기폭실이 무너져있기 때문에 갱도만 폭파시켜도 될 것 같은데, 3번과 4번 갱도의 경우는 그렇다. 갱도 입구뿐만 아니라 안쪽에도 폭발점이 나와있긴 한데, 충분하지가 않았다는 의미다.”

-3번과 4번 갱도는 다시 복구해서 충분히 핵실험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가.

“충분하다기보다는 의지만 가지고 노력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폭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래도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브리핑하면서 갱도의 어떤 유형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북한 스스로 당대회를 거쳐 폐기한다고 이야기했고, 결정을 내렸고, 외세의 압박을 받은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폐기한다고 했고, 취재진을 불러서 보여줬고, 그리고 주거시설이나 지원시설까지 다 폭파해서 완전히 물러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적으로 보면 폐기라는 말이 맞다.”

-전문가로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문가 참관이 안 이루어진 것이다. 터널 안에 들어가 보았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미진한 점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번 핵실험장 폐기에 기술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핵실험이라는 것은 핵무기 개발을 해서 최종적으로 종합시험을 하는 것이니까, 앞으로는 더 이상 기술적인 진전을 하지 않겠다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더 이상의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인가.

“하나의 커다란 수단 하나를 없앴다는 그런 의미다. 3번과 4번 갱도를 왜 굴착했겠나. 특히 4번 갱도 같은 경우에는 핵실험을 하면서 그 후에 다시 보조한 것이다. 충분히 앞으로도 핵실험을 해서 추가적으로 현대화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데, 그것을 포기한 것이다.”

-북한이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충분히 핵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나는 그렇게는 안 본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핵실험을 충분히 해야하는데, 여섯 번으로 시뮬레이션을 할 정도가 됐다고 나는 생각 안 한다. 여섯 번을 플루토늄으로, 우라늄으로, 일반 핵무기로, 수소폭탄으로 이렇게 옮겨다니면서 했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여러 가지 실험을 했기 때문에 누적적인 결과가 축적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슈퍼컴퓨터, 굉장히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있어야 되는데 북한이 아직까지 그런 것을 가졌다고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뮬레이션 역시 연습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보고 실제적으로 그렇게 되는지를 파악을 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시뮬레이션 결과를 검증하는 것 역시 또 핵실험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런 실험을 계속했다고 생각 안 한다. 그래서 시뮬레이션 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평가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나는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미진한 점은 있었으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서쪽갱도 입구 / 사진 = 공동취재단

-미국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완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것은 핵실험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일반적인 절차를 거쳐서 포괄적으로 핵프로그램과 핵물질 및 핵탄두를 다 신고하고, 거기에 대해 충분히 과연 그러한지 검증을 해서 그것이 확인이 되고, 그 다음에 핵물질과 핵탄두를 반출하거나 폐기하고, 핵시설을 폐기하고, 인력전환을 하는 것들이 포괄적으로 이뤄져서 다시는 핵을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국제사회에 깨끗하게 공개할지가 의심스러운 부분인데.

“그래서 신뢰성 문제가 나온다. 항상 그런 것이 남는다. 그래서 북한이 정말 성실하게 신고를 해야하고, 미국 등 서방세계는 그것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 수단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그런 것을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왜 대화를 하겠나.”

-비핵화의 핵심이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농축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 기술만으로도 북미 간에 충분히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원자력 주기에서 두 가지가 핵무기 쪽으로 가는 직경이고, 우리나라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하면서 그 두 가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개발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개발을 해서 핵물질과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술상의 그런 것들만 막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핵물질과 핵탄두를 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핵 시설을 폐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기 때문에 플루토늄과 우라늄만 있는 것이 아니고 리튬6, 핵융합물질을 농축하는 공장이 따로 있고, 중수소 3중수소 공장이 따로 있다. 그것들까지 (포함)해야 한다.”

-핵 시설들을 완전히 해체하고, 핵물질을 반출하는 부분까지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가.

“그러니까 핵물질과 핵탄두는 반출, 핵 설비는 해체 내지는 파괴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아직 갈 길이 참 멀게 느껴진다.

“엄청나게 멀어졌다. 과거 9·19(공동성명)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프로그램이 굉장히 복잡해졌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완전히 할 수 있다고 생각을 안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도 마찬가지고, 과거 사례도 보면 그렇다. 해커 박사도 15년 걸린다는 이야기를 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시기’와 ‘단계’의 구분이 참 중요하다. 그래서 트럼프 임기 내에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확실히 할지가 중요하다.

그렇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핵물질과 핵탄두를 반출하고 핵 설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사찰과 검증에서 완전히 의혹을 없애는 것까지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순서를 보면 신고하고 검증하고 사찰하고 그 다음에 반출하거나 폐기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너무 늦어지니까 지금 북미 간 회담하는 것 보면 핵물질과 핵탄두를 먼저 반출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그래서 시기와 단계가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그것을 뽑는다는 이야기는 우선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고, 그 다음에 뒤에 미진한 부분을 사찰을 통해서 해소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핵실험장 폐기 역시 마찬가지다. 미진한 것이 있다. 사찰, 검증을 안 했으니까. 그러나 현 단계에서 중단하고 동결하는 절차가 먼저 나온다고 하면, 핵실험장 폐기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복구하기가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놓는 것이니까.”

-복구하기까지는 기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가.

“그렇다. 뒤에 상당한 기간이 있어야만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핵실험장 폭파)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만족을 추구한다면 ‘미진하다’, ‘북한이 우리를 속였다’, ‘감췄다’는 말을 할지 몰라도, 단계적 부분에서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