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한과 선의(in good faith)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북미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 당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시사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확정적 발언으로, 국내외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밤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는 한’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지만,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는 앞서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워 게임'(전쟁놀이)로 지칭하면서 “아주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며 “한국도 일부를 부담하고 있지만 100%는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체제 보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묻자 “현재 3만 2000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데, 나는 그들을 고향(미국)으로 데려오고 싶다”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다만 “지금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 때부터 실리적인 관점에서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지적해온 그는 이날도 역시 비용적으로 접근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시사했다.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이 가진 안보적 가치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경제적 손익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조치와 관련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했다는 점, 또 ‘한미연합훈련은 대북 억지력 향상을 위한 방어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는 기존 한미 양국의 설명을 뒤집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핵화 검증 문제와 시점이 이번 합의문에 담기지 않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공언한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큰 양보이자 도박’이라는 비판적인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북한은 그간 한미연합훈련을 체제 위협 행위로 간주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빌미로 당일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북미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북미)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이번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은 당초 UFG 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에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일 북미정상회담 직후 싱가포르 현지에 설치된 코리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는 과거하고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남 차장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에 대해 미리 한국 정부에 이야기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과거에도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런 걸(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연습(훈련)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남북한 간에, 한미간에 또 협의가 있어야 할 그런 문제”라며 “제가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한국 정부와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것 같아 미국이 동맥국인 한국의 입장을 조금 더 고려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단순히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한미 연합 방위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나.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박 원장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해내기 위해 한 번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며 “북한의 비핵화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한미연합훈련은) 재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