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인도영화를” 처벌강화에 南드라마 시청 주춤

북한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교류에 대한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내부에서는 한류(韓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자본주의 황색바람 요소가 주민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차 없는 처벌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

북한 당국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는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 학생에 ‘소년 교양소'(우리의 소년원) 송치 처분을 내리고 있다는 소식에서도 읽혀지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南드라마 시청학생 소년교양소 송치”)외부 세계의 정보를 습득할수록 반체제 사상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엄중한 처벌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집권 이후 지속된 강력한 처벌에 확산되던 한류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제 한국 드라마는 109그루빠(그룹, 외부 영상 유통 및 시청 감시조)가 쌍심지를 키고 있으니 다들 무서워서 안 보려고 한다”면서 “단속원들이 최첨단 기기까지 동원한다는 소문도 퍼져 있는 상황에서 누가 한국 영화를 보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이제는 한국 드라마 판매 및 대여해주는 장사꾼들이 (예전에 비해) 80%는 사라진 것 같다”면서 “한국 영상을 취급하느니 차라리 마약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한국 드라마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됐다”면서 “이제는 보위부나 단속원들만 대놓고 보고 일반 주민들은 은밀한 방법을 통해서만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이 중국 영화 및 드라마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중국에 반발해 이들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 때문에 느닷없이 인도 영화가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다른 걸 다 막으니 어쩔 수 없이 인도 영상이라도 보려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나름 재미는 있지만 정서에는 맞지 않으니 얼마 안 가 시들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철저히 당국이 입맛에 맞는 영상만 보게 하려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내 한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시기 북한 당국의 국경통제가 느슨해지자 중국 발(發) 외부사회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후 중국에서 불법복제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알판(CD)는 대량으로 북한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주민들의 말투나 행동양식에 변화를 주는 등 커다란 유행을 일으켰다. 또한 노트텔과 mp4 등 재생 기기의 유입과 더불어 USB, SD카드 등 저장 장치도 널리 확산됨에 따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주민들이 한국말을 따라하고, 한국 패션을 추구하는 등 동경심을 키워가자, 북한 당국은 ‘사상선전전’을 강조하면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해왔다.

일단 북한은 한류 단속통제 기구를 지속적으로 확충했다. 대표적 109그루빠 외에 114상무, 727상무 등을 조직해서 불법 출판물과 녹화물을 단속하고 있다. 이 외에 이들을 단속하는 별도의 특별 조직을 내오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북한은 법체계 구축에도 철저한 모습이다.

2015년 북한 개정 형법에 따르면, 북한은 퇴폐적인 문화를 반입·유포(제183조)하거나 퇴폐적인 행위를 한(제184조) 자에 대해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전(최대 5년)에 비해 최고 형량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면서 한류 확산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북한 주민의 우둔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외부 정보의 유입이 북한 주민들의 각성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외부 세계와 본인의 처지를 비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겠다는, 또한 본인이 의도하는 대로 주민들이 사고하게끔 만들어 보겠다는 김정은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 당국의 통제가 실효적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앞선다. 오랫동안 축적한 북한 주민들의 한류에 대한 열망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고위 탈북민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엔 북한에서 제작한 영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세계의 정보가 많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보고 싶어 한다”면서 “짧은 기간 동안은 막을 수 있겠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을 통해 지속 확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