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떠오른 남북정상회담…“‘미북대화’ 성사가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특사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공식 요청하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초청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지만,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 성사까지 풀어야 할 난제들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북핵문제에서의 진전이 없다면 문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핵포기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국 정부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북한이 핵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고,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자칫 미국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로서는 우선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 조성’이라는 전제조건이 갖춰지기까지 정상회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뒤로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옆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

관건은 미북대화의 성사여부다. 문 대통령이 방북 초청 수락에 앞서 미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북대화의 환경이 무르익어야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우회적인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도 강경한 대북압박 기세를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을 미국과의 대화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조건과 목적이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 그리고 그런 북한에 대해 미국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미북대화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난망이 우세하다.

김 교수는 “일단 미북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남북정상회담)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겠나”라면서 “그런데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북한에 대한 해상차단 이야기가 나오고 정부 내에서도 ‘남북대화를 한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 착각하지 말라’는 강경 발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관계만 속도를 내서 나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며 “그래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핵 문제의 진전이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11일 배포한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 관련 설명자료’에서 향후 남북관계 추진방향과 관련,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의 선순환을 추진하되,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는 등 탄력적 상호 견인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또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토대로 대북 제재 국제공조도 충실하게 이행하되, 평화적 해결 입장 역시 견지할 것”이라면서 “비핵화 과정에서 일정한 진전이 이뤄지는 등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관계에서 본격적 진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