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절대 용납 못해” 北 주민들 전자저울 선호

진행 : ‘한주간의 북한 소식’입니다. 오늘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하겠는데요. 강 기자, 우선 지난 한 주 사회 동향에 대해 전해주시죠.

기자 : 최근 대내외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선전하고 있는 북한이 돌연 대남비난을 중단했죠? 4월 현재까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된 내용들을 보면 대남비난보다 대일비난이 더 많았습니다. 대남비난의 수위도 이전보다는 약화됐고요, 이는 최근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남북 움직임에 행보를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주민들도 기대감이 많이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북한에서 노동신문을 볼 때 가장 세밀하게 읽었던 부분이 5면과 6면이었고, 특히 한국 소식을 유심하게 보면서 외부사회를 알아갔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갑작스런 변화는 주민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해봅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이 공식적으로 배포가 되는 노동신문을 통해서 외부 소식을 알아가기도 하네요?

기자 : 네 수십 년 째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불법을 하지 않은 이상 노동신문을 보면서 조금씩 한국이나 외부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항상 노동신문을 보면서 이면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 왔었습니다. 남조선(한국) 시위 장면을 보면서 ‘한국은 당국에 반대를 해도 되는 사회’라는 점을 깨달아 가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정세와 실체를 분석하곤 했었습니다.

이제는 대남 비난을 싣지 않으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좀 심심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래도 남북 관계가 개선 조짐에 ‘통일’이라든지 ‘교류’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이 노동신문을 통해서 한국과 국제소식을 알아가고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 흥미로웠습니다. 또 다른 소식도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봄 개학을 맞아 학용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봄 개학은 4월 1일에 시작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일부 학용품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있었나 봅니다. 아직까지 솔솔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또 봄을 맞아 여름 신상을 찾는 주민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시장 상품도 어두운 색상에서 밝은 톤으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요즘 시장에 나가면 마음까지 밝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밝은 색이 많아졌다고 전했는데요. 춘궁기(春窮期)에 일부 주민의 생활이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이런 소식에 마음을 달래봅니다.

진행 : 북한 시장도 계절적 변화에 따라 상품들의 변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네요. 북한 시장에 중국산이 줄어들고 북한산이 많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학용품 시장은 어떤가요?

기자 : 네, 최근 몇 년간 북한 시장에서 북한산 상품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요, 학용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장과 연필은 물론이고 그림종이, 책가방 등에서 차별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중국산 학용품도 좋은 것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적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데, 북한산이 이런 요구에 더 충족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생산되는 학습장과 연필, 가방 등이 질적인 부분에서 중국산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보다 저렴한 북한산을 선택한다는 것이죠.

진행 :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최근 북한 시장에서 인기 상품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 네, 너무 다양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최근에는 전자저울이 주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전자저울은 7kg, 그리고 50kg까지 잴 수 있는 것, 이 2가지가 보통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북한을 떠난 지 8년이 지났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추가 달린 대저울과 수동저울을 사용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장사꾼은 전자저울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곡물이나 두부, 육류 등 저울이 필요한 장사꾼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온 소식통은 이전에 대저울과 수동저울만 사용했을 때에는 시장에서 사온 양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전혀 없어서 주민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진행 : 시장에서 쟀을 때와 집에서 와서 쟀을 때가 달랐다는 것인가요?

기자 : 네. 사실 북한 시장에서 장사를 해본 주민들은 다 알겠지만 하루 장사를 해도 이윤이 별로 남지 않을 때가 다반삽니다. 때문에 일부 장사꾼들 속에서는 저울추를 농간질해서 이윤을 남기려고 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를 몇 번 당했었거든요, 특히 공식 매대가 아닌 길거리 장사꾼들에게 구매했을 때에는 손해를 보게 되더라고요.

하도 이상해서 집에서 한번 실험을 해봤었는데요, 대저울에 물건을 달고 갑자기 들어 올렸을 때와 천천히 들어 올렸을 때의 차이는 적게는 300, 많게는 500g차이가 있거든요, 그리고 대저울은 한 면으로는 3kg, 다른 한 면으로는 10kg을 달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3kg이상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에 손실이 더 크더라고요,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저울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전자저울을 사용하는 장사꾼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 : 북한 시장에서도 ‘신뢰’가 조금씩 싹트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전자저울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 네, 제가 최근 입수한 데에 의하면 함경북도 청진시와 양강도 혜산시에서 판매되는 전자저울 7kg용은 북한돈 19500원이었습니다. 잎담배나 고추 등을 파는 매대에서 주로 이 소량저울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요

다만 이런 전자저울은 쌀 장사꾼들이 사용하기는 불편하겠죠?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50kg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가격은 19만 원 혹은 20만 원 하는데도 있다고 하구요, 그 만큼 비싸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북한 시장도 정말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 마지막으로 최근 북한 시장 물가동향은 어떤가요?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260원, 신의주 5400원, 혜산 5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2200원, 신의주 2180원, 혜산은 23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50원, 신의주는 8040원, 혜산 807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185원, 신의주 1190원, 혜산은 1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500원, 신의주는 13200원, 혜산 14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5400원, 신의주 15450원, 혜산 156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7500원, 신의주 7400원, 혜산 76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