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재단 사무실 결국 철수 “재단 설립 동력 떨어질까…”

통일부가 오는 6월말 기준으로 서울시 마포구 소재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임대종료 관련 설명문을 배포하고 “앞서 지난 9~10일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의 집기 등 비품의 이전을 완료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월 6,300여만원의 빈 사무실 임차료가 발생해 지금까지 총 13억여원이 임대관리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등 재정적 손실이 가중되면서, 불가피하게 임대 계약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주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해 △북한인권 관련 실태조사·연구 △정책대안 개발 및 대정부 건의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구로, 지난 2016년 3월 제정돼 그 해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그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재단을 이끌 이사진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현재까지 재단 현판식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인권법 제12조는 재단 임원의 구성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을 추천해 총 12명의 이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재단 이사진 구성에는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야가 뒤바뀐데다 야당이 할당된 5명 몫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두고 여전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통일부는 그동안 총 7차례에 걸쳐 국회에 공문을 보내 조속한 이사 추천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국회 차원의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인권단체인 NK워치의 안명철 대표는 “처음 법이 제정될 때부터 문제 소지는 다분했다”면서 “재단 이사진 구성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북한인권재단이 여야 간의 정치적인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구조”라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제정에 앞장서 온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상임대표는 “일차적인 문제는 국회”라며 “법률로 제정된 것을 두고도 여야가 다투면서 여태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변은 지난해 ‘국회가 장기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지체해 재단의 출범을 막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상임대표는 “이제는 북한인권재단의 물적 기반조차 없어져 버렸다는 의미가 아닌가. 사실상 북한인권법의 한 축이 무너져 절름발이가 돼 버린 셈”이라며 “사무실이 사라지게 되면 재단 설립을 위한 동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여 참 안타깝고 처참한 심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통일부는 “이번 조치는 추가적인 재정 손실을 막기 위한 행정적‧실무적 조치로서 북한인권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과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앞으로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가능해지면 즉시 새로운 사무실을 임차해 재단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