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가담 北 하급 간부, 탈북 감행…”권력의 희생양 전락”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상급 간부의 지시로 밀수에 가담했던 한 하급 간부가 탈북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가 비사회주의를 조장했다”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위기에 처하자 도주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도로건설대 감독원을 하던 한 간부가 최근 탈북했다”면서 “이에 상급 간부들은 ‘장사하다 빚을 져서 도망쳤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가족들은 ‘모두 간부들 때문’이라고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간부는 도(道)의 한 상급 간부로부터 양강도의 특산인 ‘잣’ 밀수를 제안 받았고 합류를 결심했다. 이후 장사를 진행하던 중 손실에 대한 책임을 혼자 떠안게 됐다.

소식통은 “권력기관과 잣 밀수를 하다 강을 건너는 도중 ‘잣’이 모두 물에 빠져 상품성을 잃어버렸다”면서 “이 밀수에 참여를 했던 해당 지역 당위원회의 한 간부는 사건 이후 나 몰라라 책임회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권력계층 ‘빽’만 믿고 큰돈을 투자한 이 하급 간부는 자신의 집과 재산이 모두 날릴 위기에 간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되레 외면을 당했다”면서 “빌린 돈도 많다고 하는데, 이 모든 걸 감당할 자신이 없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하급 간부가 탈북을 결심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상급 간부들이 이 하급 간부에게 비리에 대한 혐의를 모두 뒤집어 씌웠고, 처벌이 가까워지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

소식통은 “이 밀수는 원래 당위원회 책임비서(위원장)가 책임지고 추진하던 것이었는데, 최근 검찰소에서 비사검열로 들추게 되면서 문제가 커졌다”며 “상급 간부들은 짜고 이 하급 간부의 죄로 몰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격적 조사에 앞서 탈북을 단행한 것”이라면서 “이쪽(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모두 보안서(경찰)에 체포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결국 하루아침에 가족과 생이별한 데 이어 체포 이유를 제공한 인물로 전락했다는 것으로, 북한식 ‘꼬리자르기’에 따라 간부들의 틈새에서 희생양이 된 셈이다.

특히 간부들은 이 과정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조작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상급 간부들은 ‘이 간부가 평소에 ‘남쪽(한국)으로 해외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식으로 증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하급 간부가 빠져나갈 구멍을 모두 차단하면서 본인들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구사했다는 뜻이다.

주민 반응에 대해 소식통은 “이 사건으로 주민들 속에서는 ‘간부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때에는 좋게 지내지만 불이익을 받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치는 뱀같이 찬 족속들’이라는 비난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