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외교 행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역사적인 미북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7일과 8일 43일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해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10일에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습니다. 김정은은 그동안 억류해왔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는 조치를 통해 미국에 환심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의 기준을 더욱 높이고 북한 인권 문제까지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실제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성공적인 합의를 끌어내기엔 많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미국의 의도는 근본적인 북한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적용했던 비핵화의 원칙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취임하면서 한층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사에서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핵폐기’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즉 ICBM 뿐 아니라 각종 탄도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 등의 완전한 폐기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을 무장해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안전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미 국무부는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며 북한 당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미 국무부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모욕적인 정부 아래 계속 고통 받고 있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지난 60년이 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지독한 인권침해를 겪어왔다”고 말했습니다. 나워트 대변인은 “정치범수용소에서 고통받는 아이들과 가족을 포함한 약 10만 명의 수용자들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의해 기본적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당해 왔다”면서 “북한 당국에 최대 압박과 병행해 인권유린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을 안전한 나라에 더해 인권이 충만한 ‘사람사는 세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하고도 절박한 문제는 인권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이 완전한 핵 폐기를 실천하고 경제를 되살려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주민들에겐 절실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와 인권을 상실한 채 먹고 살기만 하면 개, 돼지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현재 북한에는 5개 정치범수용소에 최대 20만 명의 주민들이 강제 수용되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정치범수용소의 문제뿐 아니라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은 주민 전체를 철저하게 옥죄고 있어 북한은 나라가 아니라 ‘거대한 수용소’로 전락한 지 오랩니다. 자유와 인권을 쟁취하는 것은 인간성 회복의 문제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권 의식을 깨닫게 되면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통치의 정당성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북한 당국은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완강히 비난하며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정녕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현실 인식이 전제된 각성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핵을 폐기할 뿐 아니라 인권 문제까지 혁명적으로 개선해서 지금까지의 북한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롭고 희망찬 북한 사회 건설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변화이며,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이와 같은 북한의 변화를 주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