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돈까지 갈취하는 北 보안원…”상납금 바쳐라”

북한에서 최근 굶주리는 꽃제비(부랑아)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보호·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 간부들이 오히려 이들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함흥시와 그 주변 마을에 꽃제비들이 늘었고, 이들이 조를 짜서 도적질을 하고 다니는데 별다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담당 보안원(경찰)들은 도덕질한 것 중 얼마씩 떼서 바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시장에 장보러 온 사람들과 장사꾼들의 주머니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데는 보안원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보안원이 일부를 바치면 눈감아주기 때문에 오히려 주민들이 서로를 못 믿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이 불쌍한 꽃제비들에게서 현금을 받아가는 보안원들을 지독한 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안원들은 꽃제비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이들과 함께 공생, 돈을 벌기 위한 계략을 꾸미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북한 당국이 애육원과 보육원, 중등학원 등 이들에 대한 보육시설과 복지 향상을 강조하긴 하지만 상황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돈주(신흥부유층)가 큰 사업을 위해 김정은 체제가 관심을 두는 사업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지만,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꽃제비들이 입소를 꺼리곤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어리거나 늙고 병든 꽃제비들이 식당가들에서 손님들이 건져먹고 난 멀건 국물을 마시려고 줄 서있는 장면도 쉽게 목격된다”면서 “그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해골 같아서 측은해 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당국의 보호 및 관리 소홀 문제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잠자리’가 부족한 꽃제비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취침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악취 등으로 각종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된다는 것.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사회 문제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의 관심 부족으로 인해 시장화에 뒤처진 하층민들의 생활은 지속적으로 각박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시내에서도 못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따로 있다. 이런 곳이 바로 ‘꽃제비 동네’로 불리고 있는 곳”이라면서 “이 곳 주민들은 잘 먹지 못해 부역에도 제대로 못 나가는 막막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남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 소식에 이런 주민들이 더욱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남조선(한국) 쌀이 들어와 우리를 살려달라고 애타게 기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꽃제비=가족이나 친인척 등 돌봐줄 사람이 없어 유랑 걸식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북한말이다. ‘꽃제비’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유랑, 유목, 떠돌이’라는 뜻을 가진 러시아어 ‘꼬체비예(кочевье)’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