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화와 번영의 출발점…반드시 좋은 결과 만들겠다”

[남북정상회담 D-DAY] 김 위원장 “걸어오며 만감 교차…문 대통령과 툭 터놓고 얘기하겠다”

“출발선에서 신호탄 쏜다는 마음가짐 가지고 여기에 왔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내겠다.”

10여년 만에 한 자리에서 마주 앉은 남과 북의 정상은 27일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허심탄회’하고 ‘통 큰’ 대화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환담을 주고받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에 새로운 역사 쓰여지는 그런 순간에 출발점에 서서, 출발선에서 신호탄 쏜다는 마음가짐 가지고 여기에 왔다”며 “오늘 현안 문제와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앞으로 마음가짐 잘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나가는 계기가 되자”면서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얘기하고 반드시 필요한 얘기를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와 지난 2007년 이후 10여년 만에 정상회담에 임하는 데 대한 뜻깊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리선이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었다”면서 “역사적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는데, 걸어오면서 보니 ‘왜 그 시간을 보냈나, 왜 오기 힘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수시로 만나서 걸리는 문제를 풀어나가고 의지를 모아 나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200미터를 걸어왔다”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내 북한산 그림 앞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만찬상에 평양에서 직접 공수한 옥류관 냉면이 오르는 데 대해 남측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을 언급하며, 회담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오기 전에 보니 오늘 저녁 만찬 음식가지고 많이 얘기하는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다”면서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을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평양냉면이 멀리서 왔다”고 말하다 급히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라며 멋쩍은 듯한 모습을 보여 장내를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뒤 이어 모두발언에 나선 문 대통령은 “우리 남북의 국민들 그리고 해외 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큰 만큼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우리도 대화도 통크게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국민들 또 전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정은 위원장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싶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공식 수행원 일행과 함께 판문점 북측지역 판문관 현관을 열고 등장한 김 위원장은 곧장 걸어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과 손을 마주 잡았다.

이어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광장으로 이동한 두 정상은 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남북의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회담장이 있는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