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김여정 방남과 北의 국면전환 시도 전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북한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그의 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9일 한국에 왔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1972년에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을 방문하고 그 다음에 답방 형식으로 상대방인 김영주(김일성의 동생이자 2인자) 부장이 방남해야 했지만 북한이 여러 가지 부담 때문에 결정하지 못 하고 박성철 부수상(김일성은 수상)이 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김영주가 2인자였다면 김여정은 현재 북한에서 확실한 2인자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객관적 조건상 김정은은 김여정에게 심리적 의존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여정 쪽이 훨씬 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변안전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부담을 감수하고 김여정을 파견하는 파격을 보인 것이다. 그만큼 상황타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은 북한의 매우 훌륭한 무기로 보인다. 김정은이 버릇없고 교양 없고 거만한 ‘금수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김여정은 전혀 부잣집 자제의 이미지도 공주의 이미지도 보이지 않는다. 옷도 일부러 그렇게 연출하려고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수하게 입고 다닌다. 이는 부인 리설주나 삼지연 관현악단장 현송월과도 다른 면이다.

태어날 때부터 공주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김정은에게 문서를 가져다줄 때 종종걸음으로 간다든지 자연스러우면서도 깍듯한 태도로 김정은을 대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연출된 것이라면 그 치밀함과 노력이 놀라운 것이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면 잘 성장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상당한 신뢰가 없으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여정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전언에 의하면 이복 언니 김설송만큼은 아니지만 꽤 머리가 좋다고 한다. 김설송이 여전히 김정은의 핵심측근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이 사실이라면 김설송, 김여정 이 두 여인은 김정은의 매우 훌륭한 쌍권총으로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날짜를 바꿔가면서 공을 들였던 70주년 건군절(2‧8) 열병식 생중계를 하지 않았고 외신기자들도 부르지 않았고 1시간 반 만에 끝냈으며 특별한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지도 않았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시비를 걸면 더 집요하게 강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식 농성체제의 특징인 것이다. 이번에도 외부의 시비 그 자체는 논쟁으로 받아쳤지만 열병식 그 자체는 상당히 다운시켰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북한 공연단이 과거에도 한국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고 하지만 이번의 공연 프로그램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방향으로 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같은 의도로 설정됐다.

특히 김정은은 특사 김여정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이른 시일 내 방북”을 요청해 왔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이 국면전환에 상당한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할 수 없고 우리는 국제 제재에서 이탈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근본적인 긴장완화,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서로에 대해 불필요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관계개선도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면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북한에 이용된다는 우려도 크다. 반대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관건은 우리가 국제적 규율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노력으로 인해 북한의 정상국가화 노력이 더욱 구체화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선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