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참수부대 창설, 용두사미로 끝나면 안 된다

국방부는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관 하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주요직위자들이 ‘국민과 함께하는 튼튼한 국방’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김정은 참수 작전부대’를 2년 앞당겨 창설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 특수여단은 2000여 명 규모로, 올해 안에 창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부대는 유사시 평양에 침투해 북한 김정은 최고사령부 전쟁 지휘부를 제거하는 부대로,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졌다. 당초 2019년 창설에서 2년을 앞당기는 방안으로,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처음 공식화한 이른바 ‘참수작전’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참수작전은 유사시 북한군 지휘부 제거를 통해 북한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 계획이다. 북핵 위협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흉인 김정은 제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이 도출된 것이다. 그동안 북핵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우리 군과 관계당국은 “좌시하지 않겠다” “예의 주시하겠다”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말로 당장 코너에 몰린 현실을 회피할 뿐이었다. 여기에 발전적인 행동대책이라야 한미 동맹을 근거로 한 미국의 항공모함 시위나 미국의 전략 핵폭격기가 한반도에 한 번 와서 무력시위를 하는 수준이었다.

북한은 연례 한미 합동훈련에 강력하고 도전적인 비난을 쏟아 내면서도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도발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이에 북한은 이제 우리의 의지 표명에 타성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해도 ‘웃기고 있네’ 하는 식의 반응이다.

우리에겐 한미동맹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세력은 최선의 방위 무기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마저 반대를 하고 있다. 미국 속담에 ‘닭이 병아리를 까려면 둥지를 틀 집이 필요하다(Now the chicken have come home to roost)’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막무가내 식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적에 패한 이후 탓을 해도 너무 늦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 김 씨 3대 세습독재 정권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위협을 받아왔고 실제로도 많이 당해 왔다. 또한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를 위협한 것은 1·21 청와대 기습기도, 아웅 산 테러사건, 현충문 폭파사건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 대해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보복을 취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대한 요인 암살 역량이 없어서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육군은 707특임대 등이 있고, 해군 UDT/SEAL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사망자 없이 전원 구조해 진가를 발휘한 적도 있었다. 또한 공군은 CCT(공정통제사) 등을 운용 중이고, 국군정보사령부는 별도로 북파공작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국군 특전사, 정보사령부, 해군 특수부대(UDU) 등 역량이 있음에도 보복을 할 경우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이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참수부대 창설을 계기로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참수부대를 창설해놓고 그냥 위협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북한에 김정은의 관사나 ‘1호 청사’를 실제로 폭파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충분히 김정은을 타격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핵·미사일의 발사권한을 쥐고 있는 김정은을 제거함으로써 북한의 잘못된 판단을 막고 전쟁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 참수작전의 목표다. 북한과 같은 1인 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자의 제거가 곧 국가의 전쟁 기능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전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최고의 억제 전력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IS나 이슬람극단세력으로부터 테러위협을 수없이 받아 왔지만 그때마다 보복을 하여 성과를 거두었다. 미 육군에는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있다. ‘델타포스’도 지난 2003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미 해군에는 최정예 특수부대인 ‘데브그루’도 있다. 지난 2011년 5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종 명령을 받고 은신처에 숨어있던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을 사살했다. 당시 특수부대 요원들은 적의 레이더에 노출되지 않는 첨단 스텔스 헬기로 은밀하게 작전을 구사했다. 

우리는 1·21 사태 당시 대응부대를 만들었으나 한 번도 제대로 활용치 못해 무용지물이 된 전례가 있다. 이처럼 실행을 하지 않고 그저 부대만 만드는 안일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참수 전력(戰力)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선, 결국 군과 정치권의 협력과 결단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치권이 이에 협조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통일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일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