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간을 끌며 기회를 날리지 말라

6월 12일 싱가프로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북한은 회담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미국의 조선에 대한 일방적 핵폐기 요구는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미관계는 복잡하며 상호 불신이 불식된 것도 아니니 문제를 신중히 단계적, 동시 행동으로 풀어나가야 마땅하다’며 ‘그 과정은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한미연합훈련을 포함한 중요 군사훈련을 줄줄치 연기하거나 중단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반도 전면전을 대비한 한미지휘소 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 연습을 중단했습니다. 오늘은 1년에 20차례 정도 진행해오던 한미해병대 훈련을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전면전을 대비한 한국군 단독 지휘소 훈련인 태극 연습도 연기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미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을 속속 행동으로 옮기며 핵폐기를 위한 북측의 구체적인 행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핵포기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은 채, 비본질적인 사안으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이 제안한 북한군 장사정포 후뱅 배치나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정찰 활동 상호 중단과 같은 사안은 구태여 남측에 제안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북측이 알아서 진행하면 될 일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김정은 정권이 남북 및 북미 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핵을 폐기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즉각 시작하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핵폐기를 위한 북한의 첫번째 행동은 ‘핵목록’을 작성해 제출하는 것입니다. 핵목록에는 핵탄두 미사일,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핵제조 시설, 핵재처리시설, 핵물질시설, 중장거리 미사일, 미사일 격납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실험시설, 핵기술자, 핵제조 총괄 및 주요 간부 명단 등을 포함해야 합니다. 온갖 이유와 다양한 의제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지금 즉시 핵목록을 작성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어설프게 시간을 끌며 스스로 날려 버리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