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군사·체육·적십자 연쇄회담 합의…개성 연락사무소 설치키로

철도·도로, 산림 및 北예술단 南공연 추후 문서 협의…6.15 공동행사 개최는 아직 미지수
北, 집단탈북 종업원 거론 여부 주목…조명균 “北 억류자와 별개 문제”

남북이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군사·체육·적십자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담긴 합의문을 도출했다.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끄는 남북 고위급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 42분께 종결회의를 마무리한 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먼저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장성급 군사회담을 오는 14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와 2018 아시아경기대회 공동진출 등 체육분야 교류협력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체육회담을 오는 18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각각 열기로 했다.

또한 남북은 이산가족 및 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오는 22일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것에 합의했다.

무엇보다 적십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6년 집단탈북한 여종업원 문제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 등을 통해 집단탈북 여종업원 문제 ‘납치’로 규정하면서 지속적으로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앞서 노동신문을 통해 “집단유인 납치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남조선(한국) 당국에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를 남북 당국 간 논의에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북측에 억류된 국민의 송환 문제 역시 남북 당국 간 논의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실제 조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억류돼 있는 억류자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북측에서는 ‘관련기관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조 장관은 탈북 여종업원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거론이 됐는지를 묻자 “억류자 문제와 여종업원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북측이 여종업원 문제를 오늘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취재진이 재차 ‘북측에서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확인 질문을 던지자 그는 “양쪽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억류자와 여종업원은) 별개의 문제다’까지 말하는 게 앞으로 억류자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밖에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회의 ▲산림협력 분과회의 ▲올 가을 북측 예술단의 남측 지역 공연을 위한 실무회담과 관련, 향후 문서교환을 통해 개최 날짜와 장소 등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총괄적으로 점검하고, 부문별 실무회담 진행과정을 보며 차기 고위급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남북교류 및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양측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앞서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것으로, 정부는 이를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핵심 방안 가운데 하나로 여겨왔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남측은 앞서 오전 10시부터 10시 55분까지 열린 전체회의 당시 판문점 선언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이행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면서, 첫 사업으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조속히 가동할 것을 제의했다.

북측 역시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취지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측은 개성공단 내 시설을 상당 기간 사용하지 않아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필요한 사전 준비를 거쳐 최대한 빨리 개소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끄는 남북 고위급대표단이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아울러 남북은 약 2주밖에 남지 않은 6·15 18주년 남북공동행사를 의의있게 기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이와 관련해서는 문서교환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북측은 이날 오전 전체외의에서 당국과 민간·정당·사회단체·의회 등이 참여하는 6·15 남북공동행사를 남측지역에서 개최하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미정상회담(12일) 등 6·15를 전후한 여러 일정들이 있어 이번 행사는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남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은 이날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서에 최종적으로 안 열린다고 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 열린다고 답변하기는 조금 이르다”면서도 “다만 여러 가지 일정이나 양측 사정을 감안할 때 이번 6·15에 맞춰서 개최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겠냐는 서로 간의 인식교환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고위급회담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으로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조정실 심의관 등이 나왔다.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으로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부위원장 등 5명의 대표단을 이끌었다.

남북 대표단은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회담에 돌입, 오후 5시 25분 종결회의가 열리기까지 총 4차에 걸쳐 수석대표 접촉을 진행하며 공동보도문 문구를 조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