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 ‘체제안전보장’이 아니라 ‘북한식 통일’?

지난 3일의 이른바 ‘수소탄’ 실험을 경축하는 집회가 6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석해 연설한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북한)의 무진막강한 종합적 국력과 그 잠재력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으며 …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는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미국은 오늘의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전환할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며,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는 현명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상승한 만큼 미국은 현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 화를 당하지 않으려면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8일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대변인 담화’는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북한)가 정의의 절대적 힘을 틀어쥠으로써 조선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구도가 완전히 변화되고 침략과 전쟁, 불의와 악의 총본산인 미국본토 자체의 안전도 담보될 수 없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미국은 대세의 흐름과 우리의 전략적 지위를 똑똑히 보고 남조선에 있는 저들의 고용병(주한미군)들의 운명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남한 주민들에게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매달릴 경우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미군 철수를 위한 반미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북, 핵보유 ‘단순한 체제안전’ 차원 넘어서나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핵무기 개발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미군 철수’ 주장과 ‘한반도에서 미국은 떠나라’는 주장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단순히 체제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차원을 떠나 ‘미군 철수와 북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읽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은 6일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핵실험 다음날인 4일 북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영상강연이 진행됐는데, “핵과 미사일이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만능의 열쇠”라며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조국통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또 국가보위성의 간부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조국통일을 이루기 전에는 체제안정이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핵무기 보유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식 통일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북한식으로 통일을 하려 한다고? 언뜻 생각하면 우스운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탄’ 실험 이후 북한이 내놓는 언급들을 보면, 김정은의 ‘야욕’은 단순한 현상유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김정은이 그런 ‘야욕’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김정은이 있는 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