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軍막사 및 2·3·4갱도 무너져

북한이 24일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의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잇따라 폭파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이날 오전 11시께 2번 갱도 폭파로 시작됐다. 첫 폭파 직후 묵직한 굉음과 함께 부서진 바위와 흙이 갱도 입구 쪽으로 쏟아져 나왔고, 이후 두 번에 걸친 폭음이 추가로 울리면서 입구 위부터 4~5m 가량이 무너져 내렸다.

이어 북한은 곧바로 관측소를 폭파했다. 역시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차츰 연기가 걷히자 관측소가 있던 장소 주변에는 폭파로 부서진 나무 파편들이 가득 쌓였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2번 갱도와 관측소 폭파 직후 현장을 참관하던 국제기자단에 “북쪽(2번) 갱도 입구와 측정실 폭파가 아주 성과적으로 끝났다”며 “전문가에 따르면 폭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갱도 입구는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 관계자가 언급한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첫번째 폭파가 있은 후 국제기자단은 폭파된 현장을 답사했다. 2번 갱도 쪽으로 가까이 접근해 살펴보니 입구는 흙과 바위 조각더미가 무너져 내리면서 완전히 봉쇄된 모습이었다.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폭파된 뒤 잔해물이 남아있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폭파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북한은 오후 2시 17분께 4번 갱도와 단야장을 약 15초의 간격을 두고 폭파했다. 폭파 직후에는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흙더미와 바위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어 오후 2시 45분께 북한은 생활건물 5개동을 각각 1초 간격으로 폭파했다. 연속적으로 큰 굉음이 터졌고, 그 자리에는 목재 잔해들만이 남았다.

그리고 오후 4시 2분께에는 3번 갱도와 관측소 폭파가 진행됐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3번 갱도에 대해 “2번 갱도에서 핵시험을 해도 건재했다. 가장 강력하고 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오후 4시 17분께 미처 폭파하지 못한 생활건물 2개동을 추가로 폭파하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해당 건물들은 군용 막사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진행한 뒤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폭파가 모두 끝난 뒤 국제기자단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연구소에서는 2018년 5월 24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입구들을 완전폐쇄하는 동시에 현지에 있던 일부 경비시설과 관측소들을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면서 “방사선 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 환경에 그 어떤 구성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후 오후 5시께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국제기자단은 북측이 준비한 차량에 탑승해 인근에 있는 기차역인 재덕역으로 향했다.

북한은 이날 폭파로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기술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현장에 없었다는 점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건물이 폭파되고 있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폭파 행사가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간 북한이 단행한 총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다.

북측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국제기자단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곳 핵실험장에 있는 총 4개의 갱도 중 1번(동쪽)과 2번(북쪽) 갱도에서만 그간의 핵실험이 진행됐고, 나머지 3번(남쪽)과 4번(서쪽) 갱도에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핵실험이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1번 갱도는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폐기했고, 이후 2번 갱도에서 2~6차 핵실험을 진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밖에 그는 이날 폭파에 앞서 3번과 4번 갱도와 관련, “핵실험을 즉시에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갱도”라며 “남쪽과 서쪽 갱도들은 이미 진행한 핵실험들에 의해 자그마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이미 사용불능한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것은 보여주기에 불과한 위장 쇼’라는 한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의 국제기자단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할 것이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언론인 등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한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 등 5개국의 기자단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으로부터 취재 허가를 받은 5개국의 국제기자단은 22~23일 방북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