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경파 김영철 폐막식 파견…“굴욕적 대화 안한다는 뜻”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6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장성급회담 당시 김영철(가운데)의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 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은 오늘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행사에 참가하기 위하여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통지한 고위급 대표단은 단장 김영철과 단원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려 한다고 언급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측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파견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한 데 이어, 폐막식에는 대남총책인 김영철을 내려보내겠다고 통보해 그 숨은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현준 우석대 교수는 데일리NK에 “일단 김정은이 앞서 보낸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보고를 듣고 각 기관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대화국면 조성의 연장선상에서 철저히 대남용으로 김영철을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 교수는 천안함 피격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군 출신의 초강경파인 김영철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내려온다는 점에서 ‘비핵화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단 북한은 대화 기조를 가지고 가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를 주제로 한 대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핵 보유국가로서의 대화 기조를 유지해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며 “대화 기조는 유지하되, 굴욕적인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양면성이 드러난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다시금 북한에 쏠리게 해 평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측 대표단으로 폐막식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집중되는 관심을 상쇄함으로써 ‘이목끌기’에 나서려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김영철이 미국과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명단에 포함돼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제재 흐리기’ 일환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온 고위급 대표단에도 제재 대상인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돼 논란이 인 바 있는 만큼, 김영철의 방남도 제재 위반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번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남도 이런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며, 이러한 입장에서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번 경우도 예외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

한편 이날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 소식에 북미대화 성사 여부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계기로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 교수는 “대화의 내용 등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으면 지난번 펜스-김여정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일단 사전조율이 어려운 상황이고,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북미가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기본적으로 대남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어, 미국 대표단과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청와대는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차원에서 북미 접촉을 성사시키는 노력을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에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지난번에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호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지금 당장 뭘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