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치열한 ‘수 싸움’…”회담 열릴 가능성은 충분”

美 ‘적대적 태도 바꾸고 성의 보여라’ 메시지 발신…北, 이례적 ‘저자세’ 대응
전문가 “북미 양측 모두 수를 다듬는 과정…회담 재개 가능성도 열려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강수를 던지면서 북미 간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게 공을 넘기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또 다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그간 총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행사를 치른 지 약 3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에 “애석하게도 최근 당신들이 성명으로 보여준 커다란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언급한 점에 미뤄볼 때 이번 정상회담 취소 결정은 북한 외무성 부상인 김계관과 최선희의 대미 비난 담화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앞서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간 실무회담에 북측 관계자들이 아무런 언질 없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번 정상회담 취소 결정의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25일 데일리NK에 “명분은 김계관과 최선희의 담화였겠지만, 싱가포르 실무회담에 북측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며 “미국은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막한 국제 비확산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이렇듯 미국이 ‘정상회담을 원한다면 적대적 언행을 삼가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북한에 공을 넘긴 상황에서, 북한은 다시 김계관을 내세워 미국이 던진 공을 맞받아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다만 이번 김계관의 담화는 그간 북한의 대미 담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손함과 예의가 묻어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북한은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면서 대화를 지속하자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 계기에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금융규제완화 법안 서명식에서 “바라건대 북한과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며 “지금 예정된 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나중에 어떤 시점에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언급, 북미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김영수 교수는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진검승부를 앞두고 검을 뽑기 전인 셈”이라며 “서로 얻으려는 것이 크기 때문에 상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다시금 수를 다듬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의외로 호의적이고 저자세였기 때문에 조만간 북미 실무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만약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다고 하면 완전히 판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도 이제는 미국의 틀에 상당히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