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기계처럼 움직이는 ‘뻥가우리'”

김정은 체제 첫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가 오늘(9일) 개최된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헌법상 입법권을 갖는 최고의 주권기관으로, 대의원들은 최고인민회의 때 당국에 의해 동원돼 이미 김정은이 결정한 각종 의안을 의결하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회의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의 구체적 일정은 어떻게 될까. 데일리NK는 황해도 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하고 2011년에 국내에 입국한 한 탈북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북한 당국에서 대의원이 입는 복장을 공급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기 보름 전, 전(全) 지역 대의원들에게 소속되어 있는 거주지로 행사복이 소포로 배달된다. 행사복은 정장과 셔츠, 넥타이, 신발, 속내의 등으로 무상공급이다. 대의원들의 옷은 대의원이 되는 동시에 등록된 사이즈로 공급된다. 행사복 원단은 ‘금수산의사당경리부’가, 제품생산은 ‘중앙당 양복부’에서 담당한다.”

-그렇다면 대의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집결지에 모이나.

“일반적으로 지방에 있는 대의원들은 무상승차권의 혜택에 따라 평양행 기차를 이용한다. 최고인민회의 참석을 위한 평양행 기차에 오르면 일반좌석이 아닌 침대칸(2인용)이 배정된다. 대의원 정도만 되면 개인차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가 없어 오래 걸리는 기차보다는 차를 이용해 오는 경우가 많다.”

-대의원들이 평양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의원들은 회의 하루 전까지 도착, 대의원 등록을 하면서 좌석표를 받는다. 좌석배치는 지위와 서열로 배치된다. 숙소는 평양에 있는 양각도 호텔(2인실)이며 동숙자 선택도 배치해주는 대로 해야 한다. 호텔에서는 자유 시간이 주어지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로 동숙을 시키기 때문에 음주도 자제한다.”

-회의 당일 아침은 무엇을 하나.

“최고인민회의 시작 1시간 전, 대의원 전용버스가 평양 양각도호텔에 도착한다. 버스는 ‘금수산 의사당경리부’ 소속 행사차이다. 버스는 은백색으로 안이 잘 보이지 않는 검은색 유리로 되어 있고, 커튼을 치고 일반 버스와 달리 창문이 크다. 버스는 ‘1호행사’ 때만 동원이 되는데 1980년대 중반 총련에서 100대를 들여와 ‘백대 버스’라고 불린다.”

-회의장에 도착하면 대의원들은 무엇을 하나.

“단체 이동으로 버스를 타고 만수대 의사당에 도착하면 대의원증을 검증받고 회의실 좌석에 앉아 기다린다. 다른 행사는 행사 일정 공유와 ‘만세 연습’을 하는데 최고인민회의 때는 진행하지 않고 엄숙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오전 9시가 되면 김정은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간부들이 등장한다.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대의원들은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큰소리로 외쳐야 한다. 김정은이 그만하라는 손짓이 있을 때 자리에 앉는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진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개회 선언으로 시작한다. 회의에서는 법률 개정, 대내외 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국방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의 선거 또는 소환, 내각 총리의 선거 또는 소환, 경제발전계획 보고서 심의 승인을 한다.”

-최고인민회의에 참가한 대의원들의 발언권은 보장되는 것인가.

“최고인민회의에 참가한 대의원들은 기계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뻥가우리’이다. 결론은 이미 위(당)에서 다 해놓고, 민주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세계에 선전하기 위해 허수아비들을 세워놓은 것일 뿐이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심의가결이 있을 때, 무조건 찬성 표시로 대의원증을 자동적으로 들어야 한다.”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나.

“12시가 되면 상임위원장이 휴회를 선언한다. 김정은의 퇴장모습이 없어질 때까지 대의원들은 만세를 불러야 하며, 점심식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단체 이동한다. 점심식사는 숙박하고 있는 양각도 호텔에서 한다.”

-최고인민회의 오후 및 향후 일정은 어떤가.

“오후 회의는 3~5시까지다. 회의가 끝나면 기념사진을 찍는다.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각 지역, 성들을 중심으로 토의가 진행되고 구체적 업무 지시를 받는다. 이런 모든 행사가 끝나면 대의원들은 만수대예술단 공연 관람, 혁명열사릉 참관 및 묘향산·금강산 등 명소 관광을 나흘 동안 진행한다. 관광행사 일정까지 마치고 나면 대의원들에게 컬러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선물로 배당된다.”

뻥가우리 : 농민 출신의 병사를 지칭하는 군대용어. 북한 주민들은 어떤 직무를 맡고 있지만 ‘어리바리’할 뿐만 아니라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줏대가 없는 사람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