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모라토리엄 상당히 아쉬워…북 도발 정당화 근거될수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전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수석특사)이 5일 평양에서 김정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미국의 북폭설 등 각종 ‘위기설’이 등장하며 남북 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한반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 방북을 계기로 더욱 무르익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면 전환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원론적인 수준인 한반도 비핵화와 전제조건이 포함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잠정 중단 입장을 내건 만큼, 향후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진정성을 판단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7일 데일리N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특사단의 방북 성과를 일정 부분 평가하면서도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결과라는 견해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핫라인 설치 합의 등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에 조건을 달아 향후 북한의 입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다음은 최강 부원장과의 일문일답.

-남북이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당분간 도발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 4월 말까지는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핵심적인 문제다. 남북관계가 그 이후로 어떻게 갈지는 실제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고 합의되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관측돼 왔지만, 시기적으로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도 있다. 4월 말 개최에 합의한 이유와 배경을 분석한다면.

“글쎄. 일단 한국 정부로서는 그 즈음이면 북미대화도 진전되고 상황도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았을까. 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하지 못했던 사업이 있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악의적으로 평가하면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는다. 시기적으로 4월 말이면 일단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 안정적인 상태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겠나. 남북 간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기에는 이 시점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도, 서울도 아닌 판문점이 거론됐다. 상당히 이례적인데.

“김정은을 서울로 불러들이기에는 리스크(위험성)가 있고, 우리가 평양에 올라가는 것도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제3지대를 생각한 것 같다. 정부로서도 여러 고민을 했다고 본다. 다만 그 중에서도 판문점은 분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다. 남북이 만나 분단 이후의 악순환을 극복해보자는 의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같은 경우에는 한국 정부의 자산이 몰수돼 있는데다, 다시 가동을 하려면 석유를 가지고 가야하는 등 기술적 문제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북미대화가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결국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관건이 되지 않을까?

“북미 간 대화가 없더라도 정상회담을 통해 오히려 다음 단계로, 북한의 변화된 모습 다시 한 번 보여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북미대화가 열리면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 남북 간 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려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한국 정부는 끝까지 정상회담을 해낼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 합의는 남북이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정상간의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이 부분을 평가한다면?

“상징성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한 군사적 분쟁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써는 의미있는 합의다. 적어도 양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함으로써 위기 시에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기본 합의는 얻었다고 본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양 정상이 통화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북한이 성실하게 핫라인을 운영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사실 핫라인은 위기 상황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현혹되지 않을 필요도 있다.”

-북한은 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입에도 올리지 않던 북한이 비핵화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에 너무 무게를 두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은 여러 창구를 통해 비핵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 게다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된다는 전제에서 비핵화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모든 원인이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특히 황당하다. 또 김정은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어땠나. 핵 개발을 더 중요시하지 않았나.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을 성과로 평가하기는 아직 어렵다.”

-북한이 이야기한 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결국 북한이 하고자하는 말은 합동군사훈련 중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미북 평화협정 체결일 것이다. 그래야만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오고 체제 위협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한 가지 더 있을 것이다. 제재 완화다. 북한은 ‘제재의 모자를 쓰고 협상장에 들어올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유엔을 통해 취한 모든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들고나올 것이다.”

-김정은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미국이 대화에 나오도록 명분을 쌓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가 주권적으로 또 자위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그런 말을 했다는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한미연합 훈련에 대한 김정은의 발언을 거론할 만큼 상황이 절박했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래도 우리가 북한에 끌려가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발언 자체는 의미가 있지 않나.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태평양 물이 마를 때까지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적어도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얘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진전된 입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협상에 들어가면 체제보장 등의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향해 공을 던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과연 그 공을 받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미국으로서도 이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래서 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일단 탐색적 대화는 해볼까?’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했다. 사실상 모라토리엄 선언이지만, 조건이 달린 것은 역시 아쉬운 부분인데.

“우리가 발목이 잡힌 케이스다. 결국 미국이나 한국이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도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기본 틀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결과다. 계속 대화를 하도록 압박하는 장치로써 조건이 들어간 것이 상당히 아쉽다. 대화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지 않나. 그렇게 되면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될 수 있다. 조건을 달아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 북한은 남측을 향해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

“이것은 당연한 얘기다. 오히려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한반도 문제에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본다. 북한의 핵 능력이 진전됨에 따라 우리의 안보이익과 미·일의 안보이익이 겹쳐지면서 한미일이 함께 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북한의 이 언급은 ‘우리의 핵과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남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로 해석하면 궁극적으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까지 철회시킬 수 있는 명분으로서의 근거를 줬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끝으로 북측은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방문을 초청했다. 확실히 남북관계에 주력하는 모습인데.

“일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남북이 서로 교류해 민족 간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한국 정부가 바라는 이산가족에 대한 합의는 없나. 결국은 한반도 문제 본질을 흐리게 하는 부분이고 현실왜곡,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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