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으로 임신한 여군에 제대명령…가해자는 오히려 진급?

2017년 4월 13일 평양 려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의 여군들의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최근 북한에서 군 복무 도중 상급의 성폭행으로 임신하게 된 20대 여성이 피해를 보고도 오히려 억울하게 제대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입당을 목적으로 군에 입대해 김일성정치대학에서 교원으로 생활하던 청진 출신의 20대 여성이 상급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게 되면서 최근 억울하게 감정제대(의가사제대)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성은 청진에 있는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24세의 나이에 돈 있고 힘 있는 아버지의 능력으로 군에 입대해 곧바로 김일성정치대학 노작강좌 교원으로 배치됐다. 입대 적령기를 지난 24세 여성이 군에 들어가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특수한 환경이 아니고서는 흔치 않은 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여성 간부로 활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착실히 군 생활을 해왔는데, 입대한 지 만 2년이 된 지난 7월 중순 사적인 이유로 여러 번 강의를 빼고 심지어 자진해서 제대하겠다고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다른 교원들이 의심하던 중 임신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소식통은 “대학 정치부는 사건 경위를 알아보던 중에 이 여성이 상급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과 성폭행한 당사자가 대학반 학생대대 정치지도원(소좌)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나, 이 정치지도원의 출중한 출신성분 때문에 아무런 죄도 따져 묻지 않고 입을 닫았다”고 말했다.

실제 성폭행 가해자는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김형직(김일성의 아버지)이 조직했다는 ‘조선국민회’ 출신인 데다 할아버지 역시 전쟁 참가자 출신이라 당에서 아끼는 혁명 열사 가족이자 전사자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대학 정치부는 군 복무 기간에 임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급히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제대 명령을 내렸다”며 “특히 대학은 ‘여자가 행실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생활제대(불명예제대) 딱지를 안 붙인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면서 이 문제가 더 소문나지 않게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입단속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이 최근 제대해 집으로 돌아오자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군에서 생활을 잘못해서 입당도 못 하고 제대됐다’ ‘군대에 안 나가니만 못한 경우가 됐다’는 등 무성한 소문과 뒷말이 나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현재 이 여성의 부모가 제대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한편 소식통은 “대학 측에서는 성폭행한 소좌에 관한 소문을 잠재우고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를 총정치국으로 조동(調動)시킨 상태”라며 “그런데 그가 본래보다 계급장이 한 등급 오른 상태로 조동돼 오히려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