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정리=성폭행”…북한 군대 권력형 성폭력 만연

2017년 4월 13일 평양 려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의 여군들의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고은 시인, 김기덕 영화감독 등 한국 사회에서 권력형 성폭력범죄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권력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증언이 나온다. 특히 계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짙은 군대 내에서 권력형 성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1
특히 장교출신이라도 지급이 조금 있는 사람들은 자기 딸 같은 사람들을 데리고원사한테 말해가지고 우리 간부과에서 서류 문건 정리할 수 있는 여군 하나 보내라. 근데 다 알면서도 상급이 보내라고 하니깐 할 수 없죠. 명령으로 시작해서 명령으로 끝나는 게 북한 군대에요. 그러니깐 말은 서류 문건 정리한다는 것이지 실제는 그 여자를 성폭행하기 위해서 부르는 거죠. 그리고 여자들은 상급에서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할 수가 없죠.

#2
사관장이었는데 군의소에 가서 갸들 말을 안 들으면 때리는 것도 있고 수면제를 다량 먹고 죽었어요. 죽은 여자가 약국 간호원이었어요. 사관장이 폭행해놓고 나중에 임신시켜서 아를 떨구느라고 수면제를 먹어서 그게 죽은 거죠. 그냥 병으로 해서 처리를 한 거죠. 부검을 해서 임신한 걸 알았는데도 그냥 병으로 처리해 버렸어요.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이재춘, 이하 NKDB) 북한군인권감시기구가 조사한 북한군 인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군 생활 경험이 있는 탈북자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자 중 34.3%가 군사 복무 중 직접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 군대 내 군인 수는 128만여 명으로 이중 여성 군인은 1/3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북한 군대에서 여성 군인들은 주로 간호, 통신, 고사총부대에 배치되어 남자 군인들과 함께 복무한다. 군대 내 여성의 비중이 낮지 않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과 성폭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폭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북한 군대에서는 군 복무기간 일반 병사들의 연애 및 결혼이 금지돼 있고 연애 사실이 발각될 경우 불명예스러운 제대를 해야 한다. 이 같은 군대 내 이성 관계 금지법은 오히려 성폭력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도록 하는 폐쇄적 구조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성폭력을 당해도 합의한 관계였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오히려 피해자가 처벌을 받거나, 가해자가 자신의 계급과 권력을 이용해 사실을 오도‧은폐해버리기 쉽다는 것.

#3
여자들도 임신해서 자살하는 그런 애들이 많아요. 여단장 여단정치위원이 임신시켰다든지. 그런 거는 소문이 퍼져요. 여단에 내가 부분대장 승급 받으러 사관교도 올라갔을 당시에 여자 병사가 자살해서 죽었다고 해서 들어보니까 임신해서 배가 불러오는데 말도 못하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죽었더라고요.

다만 예외적으로 성폭력 피해 수준이 심각하고 피해자가 여러 명일 경우 가해자에 대한 직위 해제 또는 계급 강등 등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집단적 힘에 의한 불만 고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지만, 그렇다고 처벌 강도가 강하지 않다고 한다.

#4
성폭행 당했다고 하면 알려봤자 조치가 없으니까 묻어두는 게 많아요. 제가 군관학교 있을 때도 정치 위원이 대좌였어요. 급수가 높은 사람인데, 예쁜 여자들은 다 성폭행했어요. 그 사람은 처벌로 강등됐지만 강등된 것 밖에는 없어요.

북한군에서 여군에 대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동성 성폭력 문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NKDB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군인들의 군사 복무 기간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여길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리고 갓 입대한 하급 군인일수록 동성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5
그런 건 어느 부대나 다 있을 거예요. 사회에 나가서 (여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입당에 문제가 생기니까 전혀 생각을 안 한 거죠. 나도 금방 전사로 나가서 (동성 성폭력을) 겪었어요. 부소대장이 내가 예쁘다고 내 성기를 계속 만지고 그랬어요.

안현민 NKDB 연구원은 12일 데일리NK에 “북한 군대에서의 성폭력은 기본적으로 직급에 따른 상하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여군의 경우 입당을 위해서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묵인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남성 군인의 경우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북한 군내의 성폭력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서든 국제 사회든 실태를 조사하고 공론화해서 북한 군대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문제를 개선해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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