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군대까지 동원 곡물 강제 징수…약속 저버린 北 김정은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에서 내년 농사 채비에 나선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농촌 지역에서 당국 주도로 곡물 강제 징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12월 벼와 옥수수 등 탈곡이 종료되고 결산이 진행되면서 당국은 농장들과 농민들에게 막대한 양의 곡물을 국가에 내놓아야 하는 ‘국가의무 수매계획’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국가의무 수매를 해야 하는 농장(500여 개) 중 61%가 당국이 군대까지 동원하는 방식으로 수행을 강요했지만, 계획된 양의 50%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북한 당국도 또 다른 칼자루를 휘둘렀다. 바로 국가의무 수매를 못한 농장, 작업반의 창고와 가택을 수색한 것이다. 심지어 관리위원장, 작업반장에게 벌금을 물리기도 하고, ‘10일 영창’ 등의 처벌도 내렸다.

이와 유사한 조치는 평안남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취해졌다. 특히 이른바 포전담당제에 참여, 농작물을 사적으로 소유한 농민들의 곡물도 강제로 징발했다는 전언이다.

‘생산물의 70%는 자체 처리해도 좋다’는 원래의 약속을 당국이 스스로 어겼다는 것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아울러 이 같은 ‘공출의무 강제집행’은 농민들과 농장 관리자들뿐만 아니라 도시 주민들과 곡물 상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일단 곡물을 빼돌리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고, 상인들도 시장에 잘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내 것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이 같은 국가 신뢰 하락은 젊은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농촌에서 도주해서 도시와 건설 현장으로 일하러 가는 젊은 농민들이 늘었는데, 이마저도 일자리가 없어 도시에서 방황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강국 건설에서 주타격 전방이라고 설정한 농업 분야의 담당자인 농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노동을 회피하는 현상이 증가한다면 그 후과는 너무도 참담할 것이다.

북한의 만성적 식량부족 원인은 무엇인가? 장기적 원인으로는 공업 우선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농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또 국정가격에 의한 곡물수매제도, 기본생산수단인 토지 상태의 악화 등도 영향을 끼쳤다.

‘핵 강국’만 강조하고 태풍과 호우,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 대비에 소홀한 것도 문제다. 정말 문제가 돼 기근이 들어 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사태가 도래하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그리고 식량 생산이 줄어들면 수입을 해서라도 국민들을 구제해야 옳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 봉쇄’에 주려하면서 농민들에 대한 수탈정책을 구사하는 건 멸망의 길을 앞당기는 꼴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생존을 위한 정책은 봉쇄와 강제가 아니라 변화와 개방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