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봉 칼럼]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 김정은의 선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

미북 정상회담 여정이 암초투성이다.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북 싱가포르 회담이 취소된 것을 보면 문재인의 중재자 역할이 불신을 키웠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남한 대표단이 북한과 다른 말을 전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으며 한미 동맹국이면 동맹답게 처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앞으로는 미국에 직접 전화나 편지를 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세계 여러 언론은 “정의용 특사가 거론한 북한 비핵화는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 일간지 타츠(taz)는 5월 23일 문재인 정부가 평화에 집착한 나머지 북한의 입장을 과장해 보도한 것이 트럼프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독일의 가장 진보적인 일간지인 타츠가 이런 식의 보도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북 접촉이 활발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혼돈 중 독일의 주요 일간지 디벨트가 5월 24일 이제 김정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재인에게 접근할 것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물론 코너에 몰린 남과 북이 약자의 동맹을 결성해 트럼프에 공동대등하려고 하지만 키는 트럼프가 쥐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 보도를 확인이라도 하듯 문재인-김정은 회담이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렸고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북 싱가포르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보도하고 나섰다.

트럼프도 며칠 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회담의 성사를 위해 실무협상도 진행 중이다. 다만 미북 회담 취소 때도 청와대에 알리지 않은 미국이 문재인-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이 한미관계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향후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인정하든 안하든 트럼프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다. 북한 비핵화에서부터 한반도 평화협정, 김정은 체제보장 및 대북제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빼놓고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물론 김정은이 미국의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 약속을 믿고 비핵화에 나설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긴다. 이 질문과 관련해 디벨트의 토어스텐 크라우엘 논설실장의 5월 20일 보도가 설득력이 있다. 내용은 ‘김정은을 공포로 몰아넣는 6가지 역사적 사례’이다. 즉 냉전 전후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김정은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해 결국 핵을 선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첫째, 1905년 미일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인한 일제 식민지배다. 둘째, 1945년 얄타 회담으로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져 분단이 만들어졌다. 셋째, 1950년 애치슨라인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시킴으로 6.25 전쟁이 발발했다. 스탈린, 모택동과 김일성은 남침을 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남침을 강행했다. 넷째, 1962년 쿠바 위기는 소련이 쿠바를 배신한 것,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 고르바초프의 동구권 포기는 강대국의 배신행위다. 차우체스쿠는 루마니아 군대에 의해 제거되었다. 이후 북한은 선군정치를 강조, 군에게 최상급 대우를 해주고 있다. 다섯째, 2003년 사담 후세인이 몰락한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체제보장이라는 허구다. 리비아 카디피는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완전 폐기했지만 2011년 내전이 발발하자 나토는 카다피에 대항해 싸웠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정은은 강대국에 의해 좌우되는 역사에 민감하다. 조부 김일성은 1984년 동독 호네커 총서기에게 중국의 자본주의 황색화를 우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제식민지, 6.25 전쟁과 분단 그리고 카다피, 후세인, 차우체스쿠, 호네커, 호자 등의 몰락은 결국 강대국이 국익을 선택한 결과다. 그래서 미어 셰이머가 주장하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이다. 강대국이 힘으로 만들어가는 국제정치에 편승하지 못하는 나라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강대국과 맞장을 떠본 나라들의 지도자들은 정의로운가? 아니다. 독재자들로 국민을 노예로 착취하고 정적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며 죽을 때까지 독재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폭군들이지 않은가.

김정은의 딜레마와 선택

이런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과연 어떤 합의가 가능할까? 어차피 대북제재를 견디지 못해 회담에 나온 김정은이 체제만 보장된다면 극적인 타결도 가능하다. 괜히 고집을 부리다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로 고사하거나 군사적 공격, 자신에 대한 참수작전이 전개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이미 시기를 놓쳤고 너무나 많은 약속과 최후 마지노선까지 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성급히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이다. 자신의 명운을 가를 회담을 앞두고 문재인의 응원은 물론 공범을 만들어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북 회담에 나서며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는 체제보장일 것이다. 트럼프는 5월 28일 새벽 5시 9분 트윗에 “북한은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위대한 경제부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북한도 동의했으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고 올렸다. 하지만 김정은은 경제적 협력과 지원만으로 체제가 유지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도이칠란트, 디벨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등 주요 일간지는 이미 여러 차례 김정은이 중국식 개혁 개방 정도는 원하고 있지만 선뜻 나설 수 없음을 지적해 왔다. 김정은과 인민을 연결해왔던 유일한 고리는 핵이며 핵을 빌미로 복종과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를 포기할 경우 인민들의 반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다. 즉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든, 고집하든 그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패망이다. 이런 상황을 디벨트는 4월 28일자 보도에서 ‘역사의 저승사자’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김정은의 딜레마.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백기투항하고 트럼프의 똘마니가 되는 것이다. 미국은 김정은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특수부대를 평양에 주둔시킬 수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 김정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방법이 김정은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또한 이 길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통일의 문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2017년 3월 10일은 헌재가 박근혜 탄핵을 인용한 날이다. 이날 디벨트의 기사가 충격이었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5월 9일 선거에서 좌파 정권이 탄생할 것이 확실시 되었다. 사드 배치도 어려울 것이며 중국과 힘을 합쳐 사사건건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마라 라 고로 초청해 골프회동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보도였다. 독재자 김정은이 사드 철회와 골프 파티라는 두 개의 선물을 챙기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란을 북한과 비교한 뉴스 채널 N-TV의 4월 30일자 보도도 예사롭지 않다. 이란의 주변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미국과 공조를 확고히 하지만 북한을 둘러싼 중국, 러시아는 물론 심지어 한국까지 반미 전선을 형성해 미국의 대응이 여의치 않다는 보도였다. 남북이 비무장지대에 평화의 나무를 심으며 트럼프를 전쟁광으로 몰아붙이는 스푸트닉 도이칠란트 4월 26일자 만평에서도 한미동맹이 무색하다. 이런 상황 지속된다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의 와해도 시간문제다. 문정인 특보는 한미동맹이 불필요하다고 공공연히 피력해 왔으며 버웰 벨 前 주한미군 사령관도 5월 2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미국으로서도 굳이 한미동맹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북한에 미군을 주둔시켜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북한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도와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게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세계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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