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천안함 유족을 대하는 방식

여러 논란 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대남담당 부위원장의 남한 방문이 마무리됐다. 김영철은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명분으로 남한에 와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 주요 관계자들을 만났고 북미대화의 적극적 용의를 표명했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북미 간 탐색적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김영철의 방남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다. 특히 천안함 유족들에 대해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천안함 유족, “정부가 전화 한통 안해”

천안함 유족들은 지난 24일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김영철 방남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천안함 유족들이 전국에서 집단적으로 모인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천안함 유족들인 만큼 북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항의 시위에 나선 것은 단순히 ‘김영철이 싫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천안함 유족회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김영철 방남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이해를 구하는 전화 한통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회장은 “정부가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신경을 안쓸 수가 있냐”며 “정부는 대승적 이해를 당부하는데, 직접적 피해자인 유족들에게 전화 한통 안하면서 누구한테 이해를 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가 잘되는 것을 왜 반대하겠냐”며, 유족들의 반대가 단순히 북한이 싫다는 차원의 것이 아님을 밝혔다.

나라 지키다 희생된 사람 예우하는 것은 기본

김영철의 방남에 대해 여러 반발의 목소리가 있지만, 정부가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천안함의 유족들이다. 천안함의 유족들은 나라를 지키러 자식을 보냈다가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이다. 나라를 지키러 갔다가 희생한 사람들을 예우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존립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이다. 나라를 지키다 죽은 사람들이 예우 받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나라 지키는 일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천안함의 유족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대신,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회피적 논리’로 대응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이 있은 이후 당시 국방부가 배후세력으로 정찰총국을 강력히 지목했고, 이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지목되는 데 대해 단 한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정부가 갑자기 김영철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정부, 이해 구하는 첫 번째 당사자는 유족들이었어야

물론, 정부가 지금 남북관계 진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김영철과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김영철은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부위원장으로, 김정은을 제외하고는 대남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행적이야 수긍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자리에 있으니 김영철이 싫다고 안 만날 수도 없는 현실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그런 이유로 해서 김영철와의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다면, 정확히 그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천안함 폭침과 김영철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느니 하는 얘기는 안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이해를 구하는 첫 번째 당사자는 천안함의 유족들이어야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며 정부가 지적했던 중요한 부분이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돼 있었다’는 부분이 아니던가.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의 남북관계를 “불면 날아갈까 하는 상태”라며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엄중하다고 해서 정부의 모든 행동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천안함 유족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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